뷔민 여름, 어느 날 下

글하 2017. 8. 6. 01:39


작년 마지막 경기 때, 준결승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진출 실패했다. 팀 분위기는 거의 살얼음판을 걸었다. 그 날따라 유난히 실수가 많았기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대기실에 오자마자 캐비닛에 머리를 쾅 박은 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에게 어떠한 위로도 해줄 방법이 없어, 옆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3점슛을 잘 넣는 그에게 오늘따라 유난히 공이 많이 몰리기는 했다. 점수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게로 공이 몰렸다. 팀원들의 부담까지 다 짊어졌던 그는 결국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팀원들은 제가 부담을 지기 싫어서 그에게 공을 넘겨 주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그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이제 막 주전을 하게 된 1학년이 지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지민도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그저 옆에서 서성거리기만 했다. 캐비넷에 머리를 대고 후 한숨만 쉬던 그가 천천히 머리를 뗐다. 그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제 팀원을 원망하고 있을지, 아니면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 그의 속도 알 수 없었다. 지민은 결국 한걸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 했다.

대기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대기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다 문 쪽을 쳐다봤다. 지민도 화들짝 놀라며 손을 거두고 문 쪽을 바라봤다. 카즈마가 씩씩 거리며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분노로 희번득한 눈으로 대기실을 휘휘 둘러보다 망설임 없이 그를 향해 돌진 했다.

그가 멱살 잡힌 채 캐비넷에 등을 부딪친 것은 순식간이었다. 캐비넷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바로 옆에서 벌어진 일에 지민은 너무 놀라 비명까지 삼키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커다란 눈에 미묘한 두려움이 어렸다. [뭐하는 거야!] 선배가 재빨리 다가왔지만 카즈마는 그의 멱살을 잡은 두 손을 꼼짝도 안하고 오히려 더 밀어붙였다. 그가 한 번 더 부딪치면서 캐비넷이 또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카즈마의 화를 다 받아내고 있었다.


[이 새끼야, 너한테 그렇게 공이 많이 갔는데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넣어?]

[......]

[에이스 에이스 떠받들어 줬더니 오늘 경기 너 때문에 다 말아먹었어. 알아?]

[......]

[에이스는 무슨, 농구 시작한지 얼마 안된 애 잡고 에이스 할 때부터 알아봤어.]

[카즈마, 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보다 못한 지민이 나섰다. 멱살을 꽉 잡고 있는 손을 거세게 쳐낸 지민이 카즈마를 노려봤다. 허. 카즈마가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아주 둘이서 난리가 났네.] 카즈마가 한껏 비아냥 거렸다.


[너희 둘 옛날부터 재수 없었어. 농구 몇 년 배우지도 않은 것들이 주전 자리 달고 나대는게 아주 꼴불견이었다고.]

[웃기지마. 농구 몇년 배우지도 않은 것들보다 실력이 안되면 너한테 문제 있는 거 아냐?]

[나대지마, 팔 못써먹어서 퇴출 당한 새끼가.]

[뭐?]

[네 놈처럼 빨리 뜬 애들이 빨리 진다니까. 천천히 올라오지를 않았으니 기본이 덜 되어 있는게 당연한데.]

[닥쳐.]

[류세이 저 자식도 곧 네 꼴 날거다. 이름이랑 잘 어울리네. 주위에서 스타 스타 해주면 뭐하냐. 곧 추락하는데.]

[너 지금 말 다했어?]


지민이 격양된 소리로 화를 내자 그가 손을 들었다. 그만하라는 손짓에 지민은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카즈마 너 왜 이래 아까부터.] 선배가 카즈마의 어깨를 잡아 당겼다. 카즈마가 선배의 손을 털어냈다. 그의 행동에 대기실이 더욱 차갑게 굳었다. 카즈마는 제 속에서 우러나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듯 해보였다. 모든 부원들이 경악 어린 표정으로 카즈마를 쳐다봤다. 누구 한 명 말을 꺼내기도 힘든 분위기 속에, 그가 갑자기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카즈마의 심기를 건드린듯 얼굴이 와자작 구겨졌다. 지민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여러 복합적인 감정에 얼굴이 굳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을 본 부원들이 헉 숨을 들이켰다. 무표정이었지만 한 쪽 입꼬리만 살짝 올라가 있는 모습은 가히 입을 열기도 힘들 정도로 무서웠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듯 하면서도 그 속에는 분노가 꾹꾹 눌러 차 있는 것이 보였다. [네가 못하는 거 가지고 왜 우리한테 화풀이야.]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허. 카즈마가 헛웃음쳤다.


[뭐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게 네 능력만 믿고 나대다가 나중에 큰일 난다.]

[너나 신경 써. 열등감에 똘똘 뭉친 네 말 들을 여유 없다.]

[너 지금 쟤랑 밟고 있는 루트 완전 똑같거든. 농구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빨리 올라왔으니 슬럼프도 빨리 오지.]

[닥쳐, 개자식아.]

[유우히 저 자식도 그 슬럼프 때문에 결국 농구 망한 거 아냐.]


갑자기 나온 제 이름에 지민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의 눈이 찌푸려졌다. [닥쳐라.]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살벌해졌다. [유우히 얘기 나오는 거 보니까 으르렁 거리는 거 봐.] 카즈마가 피식 비웃었다.


[유우히도 이름 겁나게 잘 어울리네. 찬란했어도 곧 져버릴 해였지, 유우히(석양)씨.]

[그만하라고 개자식아!]

[류!]


카즈마의 멱살을 잡아채고 팔을 높이 치켜든 그를 재빨리 막은 건 지민이었다. 지민이 재빨리 카즈마를 쳐내지 않았다면 그는 카즈마의 뺨을 주먹으로 날렸을 것이다. 갑자기 치고 들어온 지민에, 그의 팔은 허공에서 갈 길을 잃고 멈추었다.


[뭐하는 거야, 류!]

[나와. 저 새끼 재수 없는 입 좀 털어야겠으니까.]

[너 농구 인생 끝내고 싶어?]

[......]

[고작 저런 애 때문에 네 농구 날려 먹고 싶냐고!]

[쟤가 자꾸 너를!]

[더 이상 내 꼴 나는 거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 유우.]

[그리고 카즈마. 너도 그만해, 주전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으면.]


지민은 고개만 돌려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카즈마는 지민의 말에 더 이상 무어라 말하지 못했다. 그 때 대기실 문이 급하게 열리면서 코치님과 고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너희 지금 뭐하는 거야!] 고문 선생님의 큰 목소리에 지민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지민은 교문 앞 담벼락에 기대 서서 기다리다, 저 멀리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헐레벌떡 그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됐어?] 제 앞까지 달려온 지민을 보고 그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낯을 가리며 자신을 피하더니 이렇게 일이 터지니까 주저 없이 달려온다.


[괜찮아.]

[징계 같은 거 받았어?]

[음... 한달 간 부활 금지.]

[뭐? 어떡해, 진짜! 그러니까 그런 애랑은 상종을 하지 말았어야지.]

[어떻게 그래. 네가 욕 먹고 있는데.]

[네 농구 인생이 달린 일이야.]


그는 무어라 말하려 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지민은 못내 속상한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카즈마는.] 지민의 물음에 걔는 주전 뺏겼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지민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나마 속이 시원하네.] 지민이 혼잣말인 듯 중얼거린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그 애 열등감 엄청난 애니까 그냥 신경 쓰지마. 류는 지금 하는대로만 하면 돼.]

[같은 중학교였어?]

[응. 걔 원래 나한테 악감정 있어. 자기 자리를 내가 뺏었다고 생각하거든.]

[아...]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했는데 갑자기 농구 한지 1년도 안됐다는 애가 와서 단번에 주전까지 해버리니 재수 없었나보지.]

[......]

[그런데 그 애가 농구를 못하게 돼서 좋다고 고등학교를 왔더니, 또 그런 애가 한명 더 있네.]


그래서 그렇게 적대적이었나. 그는 부활 첫 날부터 이상하게 자신을 경계했던 카즈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였구나. 나와 지민이는 그렇게 비슷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알 수 없이 묘한 기분이 들어 머리만 긁적였다.










***










사이다를 샀다. 그가 좋아한다던 그 사이다. 딱히 생각은 없었는데 우연히 눈에 띄어 저도 모르게 그 사이다를 집어들었다. 유리병이라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그 병을 들고 교문에 들어섰다. 넓은 운동장이 열로 후끈후끈해 아지랑이까지 올라왔다. 정말 누구 한 명 열사병으로 쓰러져도 이상할게 없는 날이다. 비라도 한바탕 쏟아지지, 야속한 날씨는 비 한방울 내려주시지 않고 하늘만 푸르르다.

지민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면서 입구를 막은 비닐을 뜯었다. 동봉 되어 있던 마개를 뚜껑에 올리고 엄지로 눌렀다. 생각보다 빡빡한 뚜껑에 지민은 순간 당황했다. 류는 엄청 쉽게 따던데. 엄지로 누르던 손을 바꾸어 아예 손바닥으로 눌렀다. 입구를 꽉 막고 있는 구슬이 어찌나 강하게 막혀 있는지 생각보다 쉽게 따지지 않았다. 지민은 병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꽉 주고 손바닥으로 세게 눌렀다. 갑자기 뽕 소리를 내며 구슬이 내려가자마자 탄신이 뿜어져 나왔다. 으왓!! 지민이 놀라 병을 쥐고 있는 손을 멀리 떨어뜨려 놨지만 이미 얼굴과 셔츠, 손은 사이다로 다 젖어버렸다. 씨이... 지민은 사이다를 노려봤다. 병 가운데 떨어진 구슬은 유리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걔가 했을 때는 안이랬는데. 지민은 조금 남은 사이다를 한모금 마셨다. 여전히 부드러운 소다맛이 가볍게 넘어갔다. 병을 움직일 때마다 움직이는 구슬이 사이다의 청량감을 더했다.

지민은 운동장 구석에 있는 개수대로 가 물을 틀어 얼굴을 씻었다. 사이다의 끈적함이 씻겨지는 듯 했다. 지민은 잠시 고민하다 머리를 갖다댔다. 물의 차가움에 순간 몸을 움찔했지만 곧 익숙해져, 고개를 살짝살짝 기울이며 머리를 적셨다.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을 다 받아내던 머리가 조금 식혀진 듯 했다.

손잡이를 돌려 물을 끄고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그의 얼굴에 지민은 끄아악!!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푹 젖어 얼굴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후드득 떨어져, 그의 흰셔츠를 다 적셨다. 그런 지민의 모습을 본 그가 살풋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건넸다. 지민이 영문 모를 표정으로 수건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거 써.] 그가 한마디 하고 나서야 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받아 머리 위에 덮었다.


[더워서 물놀이 한거야?]

[그건 아니고...]

[이거 샀네.]


그가 개수대 위에 올려져 있던 사이다를 들었다. 지민은 그가 알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그의 취향따라 산 자신을 알아차릴 것 같다는 느낌에 부끄러워졌다. [마셔도 돼.] 지민의 말에 그가 웃으며 한모금 들이켰다. [벌써 미지근해졌어.] 날이 덥기는 한가보네. 지민은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말렸다.

[오늘 같이 농구하자.] 그는 요새 자신과 농구 하는 것에 빠졌다. 체육관 문단속은 지민이 하기 때문에 그들은 부활이 끝난 후에 남아서 더 놀고는 했다. 지민은 잠시 고민했다. 요즘들어 자주 팔을 쓰다보니 어깨에 점점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어깨가 뻐근해진 것도 이 때문인 듯 싶다. 지민이 머뭇거리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지민의 앞에 서서 허리를 살짝 굽혀 지민을 바라봤다. 그는 지민의 오른쪽 어깨를 살살 쓰다듬었다. [아파?] 그의 말에 지민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많이 아프지는 않아.] 지민의 말에도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살살 주무르며 지민의 상태를 봤다.

상대의 거친 수비를 견디지 못한 지민은 결국 밀쳐져 세게 넘어졌었다. 넘어지면서 오른쪽 팔에 큰 무리가 갔고 골절까지 났다. 지민은 부딪친 순간 봤던 그 선수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절대 경기에 대한 열정과 승부 때문에 일어난 사고가 아니었다. 넘어지는 그 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지나가면서 소름끼치게 웃고 있던 그 표정을 봐버렸다. 소름끼치는 전율이 온 몸에 퍼지는 순간, 체육관 바닥에 온 몸을 부딪쳤다. 이 사건이 퍼지면서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전부 충격 받았다. 그 이후 코트에서 지민을 볼 수 없었다.


[처음에 네 소식 들었을 때.]


그가 팔을 주무르면서 하는 말에 지민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는 지민의 어깨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살짝 길이 막혔었어.]

[...무슨...]

[그 때 말했잖아. 우리 만난 거, 우연이 아니라고.]

[......]

[유우를 만나고 싶어서 농구를 시작했는데 네가 농구를 관뒀다고 해서.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어, 언제부터 나를...]

[중학교 때. 농구 하는 너를 보고 궁금했어.]

[... 뭐가?]


그는 싱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어깨가 많이 안좋은 것 같으니까 오늘은 그냥 가자.] 지민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찬란히 쏟아져 내리는 햇빛에 그의 얼굴이 더욱 선명히 보이는 듯 했다. 기다란 속눈썹이 곱게 올라가 있고, 그 아래로 쭉 뻗은 콧대가 자연스레 얼굴에 그림자를 지게 했다. 지민은 뭔가에 홀린 것처럼 멍하니 그의 얼굴만 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의 손길이 닿은 어깨가 후끈후끈 했다. 지민이 살짝 뒷걸음질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 심장소리를 그에게 들킬 것 같았다. 갈수록 그에게 기우는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는 매미가 귀 따갑게 울어댔다. 매미가 울기 시작하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듯 하다. 지민과 그는 체육관에 남았다. 그는 아까의 훈련으로 땀에 잔뜩 젖은 채 연습을 했다. 지민은 스탠드에 앉아 턱을 괸 채 그의 연습을 지켜봤다.

방학 전 마지막 연습게임이 잡혀 있다. 현 내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강호팀과의 경기였다. 전에 그 팀과의 경기에서 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 이 악물고 연습에 매진했다. [리벤지 해야지.] 그 팀과의 연습경기가 잡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한 말이었다.

탕탕탕. 농구공이 체육관 바닥에 닿는 소리와 매미가 우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아 진짜 여름이다. 지민은 눈으로 그를 계속 좇으며 중얼거렸다. 그 때 공을 깔끔하게 넣은 그가 지민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지민도 따라 웃어주었다. 그가 지민에게 다가와 그 앞에 섰다. 지민은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 봤다. [우리 다음에 같이 축제 갈까?] 그의 말에 지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아예 지민의 옆에 털썩 앉아 몸을 지민 쪽으로 틀어 지민을 바라봤다.


[축제?]

[축제 가본 적 있어?]


지민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는 7월 한달 간 축제기간이었다. 한달 동안 온 도시가 다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고, 특히 축제의 절정인 날이 있는데 그 날이 다음주였다. 지민은 이 곳에 살고 있으면서 한 번도 축제에 가본 적은 없었다.


[그럼 우리 축제 가자.]

[언제?]

[다음주 주말에. 주말 저녁.]

[그 날은 그냥 전야제 아니야?]

[원래 전야제가 더 재밌어.]

[그래?]

[밤에 하는데 먹을 것도 많고 게임도 많고. 나 게임 진짜 잘 해, 같이 하자. 등도 엄청 예쁜데.]

[근데 그 때 시험기간 아니야?]

[하루종일 있을 것도 아니고 그냥 저녁에 잠깐 몇시간이면 되는데.]

[음...]

[아아... 가자...]

[......]

가자 지민아...아아...


제 팔을 두 손을 잡고 흔들면서 앙탈부리는 그를 가만히 보던 지민이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 반칙이야. 지민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 하면서도 헤헤 웃으며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가 반칙인데? 그의 물음에도 지민은 답할 수 없었다.

그 설레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그리 달달하게 부르면, 반칙이다. 그 설레는 표정으로 제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것도, 반칙이야. 네 말을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들잖아.

그는 가끔 지민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원래 그가 그렇게 다정하고 친구한테 잘 해주는 사람이란 것을 알면서도, 가끔 헷갈린다. 저렇게 다정한 표정은, 다정한 목소리는, 제가 너무 그를 좋아한 나머지 그렇게 착각한 것은 아닐까. 좋으면서도 씁쓸하기도 하고 요즘들어 그를 보면 혼란스러움만 더해간다.

그래, 같이 가자. 지민은 결국 수락했다. 지민의 대답에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큭큭거렸다. 그는 본인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환히 웃을때면 입이 귀여운 모양이 된다. 네모난 모양의 그의 웃음은 지민이 가장 좋아하는 웃음이기도 했다.

[훈련... 잘되어가?] 지민이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지민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던 그의 손이 우뚝 멈추었다. 지민은 입술을 감춰물었다. 굉장히 예민한 질문이라는 것을 본인이 제일 잘 알면서 왜 그런 멍청한 질문을 한거지. 지민은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 제 머리를 퉁퉁 쳤다. 지민의 행동을 보던 그가 굳은 얼굴을 풀고 제 머리를 콩콩 때리는 지민의 손을 덮어 잡아 내렸다. 살짝 헝클어진 지민의 머리를 세심하게 정리하며 말했다.


[열심히 하고 있어. 그 때 내가 말했잖아. 리벤지 한다고.]

[그래, 류라면 할 수 있어. 류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나 연습 경기 이기면 선물 줘.]

[뭐야. 연습 가지고 무슨 선물이야.]

[슬럼프 잘 이겨냈다고.]

[인터하이 결승 들어가면 선물 줄게.]

[인터하이?]

[우리팀도 그렇게 약한 편 아니니까. 결승 충분히 가능해.]

[1등하면 또 선물 줘야지.]

[뭐야. 나한테서 선물 받으려고 농구 하는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가 푸스스 웃었다. [어쨌든 선물 줘. 내가 원하는 걸로.] 지민은 고민하는 듯 하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건 좋은 일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선물 해줘야지 싶은 마음이다.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지민의 물음에 그는 웃기만 했다. [선물 받을 때 되면 얘기해줄게.] 그의 말에 지민은 고개만 끄덕였다.










여름의 절정이었다. 매미는 귀따갑게 울어대고 햇빛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저 멀리 운동장을 보면 아지랑이가 피어난다. 새삼스레 농구가 체육관 안에서 하는 운동이라는 것이 감사하다. 체육관 안은 선수들의 고조된 기합 소리, 농구공이 거칠게 바닥에 닿는 소리, 농구화와 바닥이 닿으면서 나는 마찰소리 등으로 체육관 전체가 소리로 가득 찼다.

체육관 안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지민은 코트 안에 있지 않지만 그 긴장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 자신도 이 긴장감에 온 몸이 떨리는데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은 얼마나 더 심할까. 경기의 열기, 여름이라는 날씨, 그리고 긴장감 때문에 땀이 줄줄 흘렀다. 지민은 땀이 가득 찬 손으로 이마를 톡톡 닦았다. 후. 열기에 숨이 찼다. 경기 전체를 봐야 하는데 자꾸 그에게 시선이 갔다. 그는 자꾸만 턱 끝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코트 이쪽저쪽을 휘저었다. 지금 봐서는 컨디션이 좋아보이는데 혹시 모른다. 슬럼프는 안보이는 곳에서 꼭꼭 숨어 있다가 조금이라도 꺾이는 때에 안 쪽에서부터 야금야금 의지를 갉아먹는다. 그 존재를 알아차릴 때에는 이미 의지는 다 먹히고 좌절만 남는다. 대부분이 그렇게 슬럼프를 이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갉아먹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슬럼프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이유 모를 불안감이 온 몸을 감싸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하고 결국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지민은 그게 두려웠다. 그가 자신처럼 그렇게 절벽의 끝까지 밀쳐지다 떨어질까봐, 너무 무서웠다. 아마 지민이 지금 느끼고 있는 긴장감은 그런 불안감이 더해진 것이 아닐까.

경기는 점점 치열해졌다. 제 팀이 점수로는 조금 앞서고 있긴 하지만 언제 역전될지 모른다. 지민은 다리까지 덜덜 떨다가 결국 체육관 밖을 나왔다. 후. 체육관 앞에서 숨을 몰아내쉬었다. 체육관 안은 너무 숨이 막혔다. 열기가 훅 끼쳐왔다. 체육관 바로 앞 계단에 걸터앉은 지민은 가만히 소리를 들었다. 경기 소리는 활기가 넘쳤다. 지민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환호소리가 들렸다. 지민은 바로 일어나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갔다. 팀원들이 서로 얼싸안고 있었다. 지민은 상기된 표정으로 벤치로 갔다. 그가 팀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 그를 지켜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바로 무리에서 빠져나와 지민에게 뛰어왔다. 잘했어라고 말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확 안겨오는 그에, 지민은 순간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쳤다. 그 특유의 체향이 확 다가왔다. 지민은 자연스레 그의 어깨에 두 팔을 둘렀다. 그가 땀에 흠뻑 젖어 착착 달라붙어오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지민은 그의 등을 토닥였다. 지민아. 그가 지민의 어깨에 기대었던 머리를 살짝 떼어 지민을 바라봤다. [왜?] 지민이 물었다. 그는 긴 시간 동안 경기 뛴 탓에 붉어진 얼굴과, 미처 고르지 못한 숨을 몰아 내쉬며 지민을 바라보기만 했다. 지민은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내가 사준 헤어밴드 했네.] 지민의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양 팀 마무리를 하고 헤어졌다. 다들 부실에 있는 동안 지민이 체육관 정리를 했다. 이제부터 시험준비를 하고 시험 끝나면 다시 훈련에 들어간다. 8월에 인터하이가 있기 때문에 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오늘 그는 나름 만족스러운 경기를 한 듯 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8월도 문제 없겠다 싶었다. 어쨌든 연습게임 시원하게 이겼으니 선물 줘야지. 지민은 체육관 옆에 있는 부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지민은 입구에서 잠시 멈칫 했다. 다른 사람들은 진작에 집에 돌아갔는지 부실 안에는 그 밖에 없었다. 그는 벤치에 누워 한쪽 팔로 눈을 가린 채 자고 있었다. 기다란 두 다리가 벤치 밖으로 나와 바닥을 딛고 있었다. 부실 한켠에 있는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뜨거운 햇살이 그를 비추었다. 지민은 입을 꾹 다물고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그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헤어밴드를 한 채, 농구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지쳤는지 축 늘어져 자고 있는 모습에도 심장 떨리면 중증 아닌가 싶다. 그의 옆에 살짝 무릎꿇고 앉았다. 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내려다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이렇게 눈 감고 있는 모습도 떨리는데 그 예쁜 눈으로 온전히 자신을 보고 있는 상황에 이토록 얼굴을 가까이 한 적이 있었다면, 아마 자신은 진작에 심장마비로 실려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지민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미쳤지. 작게 혀를 차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팔로 가린 눈 밑으로 쭉 뻗은 코와 야무지게 다물려 있는 입술이 보였다. 지민은 제 손을 들어 살짝 그의 콧대를 쓸었다. 그대로 내려와 입술로 턱으로. 천천히 쓸어내린 지민은 순간 헛 정신차리고 불에 덴 것처럼 손을 팍 떼어냈다. 그를 힐끔힐끔 눈치 봤다. 다행히 아직 잠에서 안깬 듯 했다. 안도의 한숨을 작게 뱉어낸 지민은 다시를 물끄러미 보기 시작했다.

자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니 어쩐지 남의 자는 모습 훔쳐보는 변태가 된 것 같아 지민은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럼에도 그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박지민 정신차려. 너 변태야? 왜 자는 애 계속 힐끔거리며 보고 있는 건데. 자책하다가도 그의 얼굴을 보면 아무 생각도 안들게 된다. 넌 왜 그렇게 잘생겼어? 지민은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한 번 잠들면 깊게 잠드는 타입인가. 지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그를 봤다.

얼굴만 봐도 그리 좋았다. 정말 스스로 미친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속절없이 끌리고 만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언젠간 접어야 할 마음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를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게 제 스스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사랑도 사랑이라고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화가 났다 슬펐다, 제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깊어지기 시작하니까 위험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그와의 사이를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짓을 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민은 결단코 그와의 우정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순전히 제 욕심 때문에 그를 잃기에는, 그는 친구로서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여기서 더 깊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접어야 할 마음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그런 마음으로 보는 거, 오늘로 마지막이야. 지민은 작게 중얼거렸다. 가까이서 그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부실은 조용하고,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그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고, 참으로 고요한 시간이었다. 아마 여기서 혼자 시끄럽고 바쁜 것은 지민의 마음 뿐일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지민은 다짐하듯 한 번 더 읊조렸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조금만 욕심 부려도 돼? 아무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지민은 검지와 중지를 그의 입술에 살짝 갖다대었다. 그의 보드라운 입술의 감촉이 손가락에 그대로 느껴졌다. 심장박동이 소리가 제 귓가에 쿵쿵 울렸다. 손가락까지 그 떨림이 전해지는 듯 했다. 그러면 그의 입술에도 이 떨림이, 설렘이 느껴지려나. 하. 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꾹 참고 있던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갑자기 제 뒷통수를 감싸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팍 숙여지는 고개에, 지민은 깜짝 놀라 숨을 헙 들이켰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너무 놀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제 입술에 느껴지는 그 보드라운 감촉과, 그의 고른 숨결이 턱 언저리에 닿는 느낌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입술에 닿고 있던 제 두 손가락은 그의 볼을 잡고 있었고, 다른 오른손은 급히 숙여진 머리에 당황해 벤치 어딘가를 어정쩡하게 잡고 있었다. 뒷통수에도 그의 커다란 손이 온전히 느껴졌다.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가 제 머리카락을 헤집고 있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그의 다른 한 팔이 제 한쪽 볼을 감쌌다. 커다란 손의 온기가 볼 한 쪽을 다 덮었다. 살짝 닿아있던 그와의 입술은, 그가 뒷통수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더욱 깊이 닿았다. 지민은 혼란스러움에 어찌할 바 몰라 눈동자만 흔들리다 결국 눈을 감았다. 세상의 빛과 차단됨과 동시에 입술에 모든 신경이 몰린 듯, 그의 촉감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심장 떨려 미칠 것 같다.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어서는 그도 제 심장소리가 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창피해졌다. 지민은 그를 살짝 밀며 얼굴을 떼었다. 그는 뒷통수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뺐다. 둘 사이의 거리가 살짝 멀어지고, 지민은 두 손으로 제 입가를 가렸다. 얼굴이 화끈화끈했다. 보지 않아도 오래 목욕한 것처럼 얼굴에 열이 잔뜩 올라 우스운 꼴일 것이다. 그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지민을 봤다. 머리는 깊은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사람처럼 산발이면서, 눈은 잠에 취해 풀린 눈이 아니었다. 그의 또렷한 눈을 보면서 지민은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그는, 애초에 자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너... 지민은 할 말을 찾지 못해 입만 뻐끔거렸다. 혼란스러웠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지민은 충격에 커진 눈을 되돌릴 생각도 못한 채 그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가 지민의 턱을 살짝 잡아 당겼다. 그의 힘에 속절 없이 끌려간 지민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땅에 짚은 채 그를 올려다 봤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지민은 시선을 살짝 피했다. 지민의 행동에 그는 소리 없이 웃었다. 사랑스럽다. 지민은 모르겠지만 그는 지민을 오래전부터 그리 생각했었다.


[나 좋아해?]


귓가에 속삭이듯 묻는 말에, 지민은 깜짝 놀라 고개를 팍 돌려 그를 봤다. 생각보다 더 가까워진 거리에 지민은 흠칫 고개를 살짝 뒤로 물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심장이 제 주제도 모르고 나대기에, 그가 모를리가 없다. 그의 말에 붉어진 그의 얼굴을 가만히 보던 그가 피식 웃었다.


[난 좋아해, 너를.]

......

좋아해, 지민아.





그 설레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그리 달달하게 부르면, 반칙이다.




















---

<그냥 주저리. 안읽으셔도 됩니다>

빠른 시일 내에 들고 온다고 해놓고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이 글은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은 글인데요(ㅋㅋㅋㅋㅋㅋㅋ)
사실 7월 초에 생각해서 그 시기에 다 나왔어야 할 글이에요
이 글 속 시간적 배경도 7월 초에서 중순까지고 그 안에 끝낼 생각이었는데
벌써 8월 첫째 주가 이렇게... 죄송합니다 제가 글을 빨리 쓰는 편이 아니라서...
게다가 굉장히 즉흥적으로 아 이 장면 보고 싶다! 해서 만들어진 건데
사실 보고 싶다 한 장면은 단 한 장면이었어욬ㅋㅋㅋㅋ
이렇게 상중하 나눌 생각도 없었고 애초에 그 정도 분량도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까 이렇게 눈덩이 불어나듯 불어났네요...
사실 제 글이 원래 다 그렇지만욬ㅋㅋㅋ 쓰다보니 점점 늘어난게 한 두개가 아니에요

여름 청춘 운동하는 청춘 뷔민이 보고 싶다 해서 쓰게 된건데
일본 여름 분위기 좋아하시는 분들 꽤 있잖아요
사실 저도 그런 분위기 좋아해서 쓰게 됐습니다! 특히 일본 부활은 유명하니까
운동이랑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어요
일본 여름을 쓰고 싶다 생각한 결정적 계기는
제가 이 글을 생각했을 당시 일본에 있었기 때문이 가장 크겠네요.
일본 너무너무너무 더운 와중에 그냥 퍼뜩 생각났어요.
이 글에서 나온 대부분의 장면이나 상황들은 제가 실제로 살던 곳을 참고 했습니다
기찻길이라던가 축제라던가 학교나 동네 같은...
너무 도시는 아니고 살짝 도외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ㅎㅎ

애들 이름 짓는게 제일 힘들었는데 태형의 류세이(유성)는 처음에 용(류)을 넣고 싶어서
류로 시작하는 거 막 찾다가 화랑의 한성이 순간 떠올라서 바로 류세이로 지었어요
별이 들어간 것도 예쁘겠다 싶어서요ㅋㅋㅋㅋ
지민이는 태형이랑 어울리게 짓고 싶어서 달에 관한 거 막 찾았어요 달빛에 관련된 걸로 짓고 싶었고
유라는 발음을 넣고 싶어서(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지민이랑 어울리는 발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지민이 이름만 이틀 걸린듯... 그러다 푸마 광고 생각나섴ㅋㅋㅋㅋㅋㅋ
그 노을지고 자전거 타고 따라 뛰고 그 장면ㅋㅋㅋㅋㅋ 그래서 이거다 해서 바로 유우히(석양)으로 넣었습니다!
나름 고심해서 지은거고 제가 느끼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ㅎㅎ

이름도 지었으니 이제 어떤 운동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진심 이것도 한 이틀 걸린듯...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야구였어요 뭔가 야구가 어울려섴ㅋㅋㅋ 근데 제가 야구에 대해 1도 몰라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도저히 쓸 수가 없어서 제가 제일 잘 아는 배구로 할까 했는데
배구는 또 뭔가 뷔민이들이랑 안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개인적인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잘 아는 농구로 결국 했는데 사실 야구 지금도 좀 아쉽긴 하네요.
참고로 태형이는 스몰포워드, 지민이는 포인트가드. 아마 글에도 있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제목잌ㅋㅋㅋㅋ 제가 제목을 진짜 더럽게 못지어요 오죽하면 무제가 있겠어요
진짜 항상 글 다 쓰고 제일 고민하는게 제목인데 제목은 ㄹㅇ 짓는데 3, 4일 걸려요
진짜 네이밍 센스 심각하게 없어서 그냥 애들 이름으로 제목 할까 하다가
7월, 어느 날로 했어요. 근데 쓰다보니까 8월로 넘어가섴ㅋㅋㅋㅋㅋ 바로 여름으로 바꿨답니다
근데 바꾸고 보니까 여름, 어느 날도 괜찮은 것 같고 나름 만족합니다ㅎㅎ

아 카즈마는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해오면서 잘한다 칭찬만 받아오던 애가 중학교 때 지민이와
같은 팀으로 만나고,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지민이한테 자꾸 밀려서 열등감을 느끼다가
고등학교 때 똑같은 한국인인 태형이한테 또 밀려 열등감 폭발한 친구예요
말하자면 카즈마는 어렸을 때부터 해온 노련함과 센스가 있었지만 지민이와 태형은 그것을 넘어서
그냥 재능이 있었던 친구들이었어요. 근데 제 한계로 다 써내지 못했네요ㅠㅠ

어쨌든 이런 단편 3개 내는데 참 많은 생각을 했었고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아마 지금 길게 쓰고 있는 것도 완결 나면 이렇게 주저리 엄청 쓸 것 같네요ㅋㅋㅋㅋㅋㅋ
매 번 하는 말이지만 저희 창고에 놀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창고 안 먼지 쌓인 글들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드려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