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스퍼

[뷔민/다각] 에스퍼 썰6

글하 2017. 1. 9. 02:50



넌 무슨 능력이야?

요즘따라 태형이 자신의 능력을 궁금해 해서 지민은 곤란하기 그지 없었다. 왜 자신의 능력을 궁금해 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끔씩 뜬금 없이 능력을 물어올 때가 있어서 그때마다 지민은 자연스레 주제를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가끔 태형은 이상할 정도로 끈질길 때가 있었다.


넌 참 이상하다. 다른 에스퍼들은 자기 능력 자랑하는 걸 좋아하던데.

에스퍼는 다 같은 줄 아냐.

엇 혹시 설마...너도...노멀?

대체 어떻게 하면 생각이 그렇게 튀냐.


지민은 아프지 않게 태형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하긴, 너도 노멀이면 내가 입학 했을 때 그렇게 난리났을리 없겠지. 태형은 지민에게 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쓰읍... 어디보자... 태형은 손으로 턱을 괴며 지민을 위아래로 천천히 쭉 훑었다. 지민은 멍하니 서서 태형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렇게 하면 보여? 지민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태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지민을 쳐다봤다. 그렇게 심각한 태형의 표정은 처음이라 지민 역시 자신도 모르게 심각해졌다.


지민아.

...응.

역시 아무것도 안보인다.

아 썅, 깜짝아! 아오, 진짜 뭐 보이는 줄 알았네.

내가 뭘 보냐. 그냥 노멀인데.

아오씨, 진짜. 네가 그냥 노멀이 아닌 것 같으니까 그렇지.

응?


생각 없이 나온 말에 지민은 헙 입을 다물었다. 그냥 노멀이 아니라니? 태형의 물음에 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 그냥... 네가 이 학교에 온 것 부터가 이상하니까. 아아. 태형은 지민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태형은 그때 당시 윤기와 있었던 사건에서 자신이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굳이 그 일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아직도 그 일은 윤기가 매우 언짢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윤기의 신경을 거스를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다.










매일 오후, 능력 개발 시간만 되면 지민과 태형은 할 일이 없었다. 태형이 나 때문에 괜히 훈련 안하는 거라면 괜찮으니까 너 할 일 하라고 해도 지민은 기어코 고개를 저으며 태형의 옆에 있었다. 대신 그들은 그 시간에는 학교 구석구석을 다녔다. 태형은 이 학교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으니, 이 넓은 학교를 혼자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지민이 같이 다니면서 학교 소개를 해주고는 했다.

국립 에스퍼 학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넓었다. 에스퍼 재단 건물이 다 있어서 마치 하나의 도시 같았다. 초, 중, 고, 대학교의 강의 건물과 특수 건물, 기숙사, 운동장, 체육관, 운동장, 정원 등이 각각 있었고, 대운동장, 대체육관, 정문 정원, 후문 정원, 광장, 시내 등등 각양각색의 편의 시설도 있었다. 각 학교의 운동장이나 체육관, 정원 등은 그 해당 학생만이 이용할 수 있고, 그 외에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이 학교에 들어오면 한달 중 마지막 주 3일만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곳에 웬만한 것은 다 있다.

이런 구조를 태형이 알리가 없었다. 그래서 지민이 나서서 태형에게 학교 소개를 해주는 것이다. 어디를 갈 수 있고, 어디를 가면 안되는지, 수 많은 건물들은 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오늘은 고등학교 강의 건물 뒤에 있는 소정원에 가자. 지민의 말에 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원은 에스퍼들한테 나름 중요한 곳이었다. 에스퍼들은 몸의 컨디션에 따라 능력이 좌우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직 능력을 완벽히 컨트롤 하기 힘든 미성년자 때는 더더욱 본인의 능력을 컨트롤 하는데 미숙하다. 그런 컨디션을 조절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원이었다. 정원에 심어져 있는 식물들은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인 부분을 편안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어서 휴식시간이 있을때마다 정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았다.

태형은 그런 효과가 필요 없겠지만 어쨌든 이 학교에 있어서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민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고등학교의 소정원은 그 경치가 뛰어나기로 아주 유명했다. 동시에 꽤나 깊숙한 곳에 있어 여러 소문의 진원인 곳이기도 했다. 소정원으로 향하는 입구는 등나무 터널 뿐이었다. 와 무슨 학교에 이런게 다 있냐. 마치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터널에 태형은 나무를 만져 보았다. 진짜네? 그럼 진짜지. 뭘 그런걸 다 물어보냐는 듯 지민이 한심하게 쳐다봤다. 지민이 먼저 터널에 들어섰다가 우뚝 멈추는 바람에 태형은 지민의 등에 팍 부딪쳐 버렸다. 아아! 뭐야, 왜 안 가. 태형은 코를 문지르며 지민의 너머를 힐끗 봤다. 처음 보는 애들 몇 명이 정원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정적이 돌았다. 꽤나 어색한 상황에 태형은 입 다문채 코만 문질렀다. 가자. 지민은 바로 몸을 돌려 정원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야, 도둑. 무리 중 한명의 말에 지민은 살짝 떤듯 했지만 못 들은 척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도둑 새끼야, 선생님한테 이르러 가냐?! 다소 격양된 목소리가 정원 안 쪽에 들렸다. 태형은 어찌 할 바 몰라 지민과 그들을 번갈아 보기만 했다. 담배를 물고 있던 애는 담배를 떨어뜨려 발로 지지고는 태형을 바라봤다. 뭐야, 그 유명한 노멀 아니야. 그의 입에서 나온 노멀이란 말에, 저만치 가고 있는 지민을 따라 가려던 태형이 뒤돌아 그를 봤다. 이 새끼가 그 민윤기를 엿 맥였다는 그 새끼 아니야. 그는 껄렁한 걸음으로 태형에게 다가갔다. 태형은 상황파악이 안되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를 멀뚱히 쳐다볼 뿐이었다.


너 이름 뭐냐?

보통 남의 이름을 알고 싶으면 자기소개 먼저 하는 거 아닌가.

발칙하네. 노멀 주제에 감히 에스퍼를 알려고 하다니. 네 따위한테 내가 뭔 이득이 있다고 내 소개를 하지?


아아, 여기는 진짜 지 잘난 맛에 사는 애들 밖에 없나. 태형은 어쩐지 피곤해져 마른세수를 했다. 김태형? 남자는 교복에 박혀 있는 명찰을 봤다. 태형도 힐끗 가슴팍을 봤지만 그들은 명찰을 달고 있지 않았다.


너 대체 어떻게 민윤기 엿 맥였나.

민윤기?

그때 너랑 시비 붙은 새끼.

아... 모르겠는데.

뭐?

너한테 알려주기 싫어.


태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태형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크윽! 갑자기 턱 숨이 막혀와 켁켁댔다. 태형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태형의 눈에는 그저 에스퍼들끼리 알 수 없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것 처럼 보였었다. 알려줄 것도 없지만 왠지 이 애는 정말 기분 나빠서 말이 곱게 안나간다.


와씨, 이 새끼 진짜. 야, 노멀이 이 학교 들어와서 네가 뭐라도 된 줄 아냐? 네가 우리랑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된다고 생각해? 착각 하지마. 능력도 없는 새끼가 어딜 기어올라와, 올라오길.

그 애 건들지마!


큰 소리와 함께 남자가 땅바닥에 엎어졌다. 그 덕에 태형은 멱살이 풀려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옆에는 지민이 씩씩거리면서 남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윤태성! 그의 무리들이 놀라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 씨발! 남자는 자리에 벌떡 일어나 박지민을 노려봤다. 지민 역시 지지 않고 그를 살벌한 눈으로 쳐다봤다. 태형은 어쩐지 끼어들 수 없는 기싸움에 살짝 물러나 잔뜩 구겨진 셔츠를 폈다.


뭐야, 끼리끼리 노냐? 허 참 대-단한 우정 납셨네.

닥쳐, 새끼야. 괜히 얘한테 얼쩡대지 말고 꺼져.

왜. 동변상련이라도 느끼냐? 너 같아서?


태형은 그의 말에 홱 지민을 쳐다봤다. 저 말들은 아무리 들어도 지민이 능력이 없다는 것 처럼 들린다. 뭐야, 진짜 박지민도 노멀인가. 혼란스럽다.


웃기지마. 너 내 능력에 대해 아직 이해력이 딸리나 본데. 나 너 같은 새끼 한번에 노멀로 만들 수 있어.

뭐 새끼야?

못 믿겠어? 내가 이 자리에서 보여줄까? 내가 너 노멀로 만들어서 저 밑바닥 인생으로 떨어지게 해줘? 내가 못할 것 같아?!


처음 듣는 지민의 윽박에 태형이 더 놀라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남자와 지민을 번갈아 봤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노멀로 만든다니. 그게 가능한가. 에스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남자는 지민의 말에 분노로 몸만 부르르 떨 뿐, 대꾸하지 않았다. 지민은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이자 남자는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지민을 노려보다 결국 정원을 나갔다. 그의 무리들도 지민을 힐끗 노려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지민의 거친 숨이 자신에게까지 느껴져 태형은 천천히 그의 옆으로 다가가 살짝 어깨를 감아 안았다. 지민은 그가 다가오는 것도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태형을 바라봤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너 답지 않게. 태형의 말에 그제서야 그의 숨이 조금 잔잔해졌다.

태형은 정원을 둘러보다 나무에 걸려 있는 그네 의자에 앉았다. 와 대박 무슨 학교에 이런게 다 있어? 발로 밀며 천진난만하게 묻는 태형에, 지민은 결국 웃어보였다. 지민은 그네 의자 맞은편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에 팔을 올려 턱을 괸 채 그네 의자에 앉아 발장난을 하고 있는 태형을 바라봤다. 한동안 혼자서 놀던 태형이 발장난을 멈추고 지민을 바라봤다. 갑자기 마주친 시선에, 지민은 저한테 뭐 할 말 있나 싶어 팔을 빼고 똑바로 앉아 태형을 바라봤다.


아까... 그 남자애가 한 말 말이야...

뭐?

그... 동변상련이라느니, 끼리끼리라느니 그런 거.

아아. 신경 쓸 거 없어. 그냥 그 새끼가 잘 모르고 지 멋대로 떠든거니까.

아... 그래.

...나 노멀은 아니야. 엄연히 가문이 있고 에스퍼를 가지고 있으니까.

응.

너 내 능력 궁금하다고 했지.


지민의 말에 괜히 미안해져 땅만 봤던 태형의 고개가 다시 팍 들어올라와 지민을 봤다. 어, 너무 궁금해. 어쩐지 눈까지 반짝반짝 거리는 것 같은 태형의 표정에 지민은 괜히 민망해져 큼큼 헛기침만 했다. 알면 엄청엄청 실망할거야. 생각지도 못한 지민의 말에 태형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 능력 그렇게 멋있지 않거든.

뭐야. 그럼 멋있는 능력은 어떤건데.

음... 윤기 형이나 호석이 형?

그 놈의 윤기 윤기. 그 윤기가 대체 누군데 다들 그 난리야.


태형의 말에 지민의 눈이 점점 커지며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너 진짜 윤기 형 몰라? 태형의 입장에서 지민의 물음은 황당할 뿐이었다. 아니 여기에 사람이 몇명인데 다 알아야 하나? 태형의 말에 지민은 거의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노멀이랑 에스퍼는 그냥 다른 인종 수준이라더니 이렇게 다를수가.

아, 그래서 뭔데 그 사람.

이 학교에서 제일 영향력 있고 제일 센 능력으로 가진 사람.

....오.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에스퍼 가문 사람이야.

아...?


처음 듣는다는 듯한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지민이었다. 너 저번에 윤기 형한테 에스퍼 가문이라고 그랬잖아. 지민의 말에 태형은 잠시 생각했다.


아, 그 때. 에스퍼가 가문 이름도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냥 대대로 에스퍼 집안을 에스퍼 가문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지. 나 그런 뜻으로 한 말이었는데.


허. 지민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보통 노멀은 아닌 줄 알았는데 아직도 감이 안온다. 김태형이라는 애는.


잘 들어.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 같은 존재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에스퍼라고 불러. 일종의 우리 같은 능력자들을 처음 발견하고 그들을 모으고 능력을 양성 시키고 좀 더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가문이 현재 윤기 형 가문이야. 그 가문에서 만든 이름이 에스퍼인거고. 그래서 그 가문이 에스퍼 가문인거야. 능력자를 가리키는 말인 동시에 가문의 이름이기도 한거라고. 알겠냐, 멍청아.

멍청이? 야 노멀이 그런 걸 어떻게 다 아냐? 가르쳐 주지도 않는데.

에스퍼 학교 다니니까 이제 그런 것 정도는 알아둬라.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그래서. 네가 말하는 그 윤기 형이랑 호석이 형이라는 사람은 어떤 능력인데.

전기랑 불.

전기랑 불?


그런 자연계 능력이 아무래도 멋있지. 덤덤히 말하는 지민과는 다르게 태형은 영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무슨 능력이 있으며 다 똑같은 능력자지 거기서 뭐가 또 갈리냐? 태형의 물음에 지민은 한숨을 쉬었다. 너 같은 노멀은 알 수 없는 아주 복잡한 기준이 있단다, 그리고 그 형들은 그 기준에서 최상위 등급인 사람들인거고.


안되겠다. 너 그냥 도서실 가서 책 좀 빌려 봐라.

아, 책 있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리고 에스퍼 관련 책은 어렵단 말이야.

읽어 보긴 봤냐?

당연하지. 우리집에 에스퍼 관련 책 많아.

...어? 뭐라고?

뭐가.

아... 아니야.

그래서 네 능력은 뭔데.


끈질기다. 지민은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다른 주제를 얘기해도 결국은 어떤 능력이냐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지민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 내 능력 밝히는 거 안좋아해. 지민의 말에 태형은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해안되는 이야기 밖에 안듣냐. 태형의 말에 지민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나 같으면 에스퍼인 것 부터가 감지덕지 하면서 살 것 같은데.

음... 에스퍼도 결국 사람인거지. 자기 능력 안 좋아 하는 사람 은근 많아. 근데 어쩌겠어, 그렇게 타고 났는걸. 바꿀 수가 없어. 부모 탓하는 사람들도 많고.

부모님은 뭔 죄래.

자식의 능력은 부모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서. 너 이런 거 다 공부해야 한다. 시험이 다 그런 내용이야.


윽. 시험 얘기에 태형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여기도 시험이 있냐. 시험 없는 학교도 있냐. 태형의 물음에 지민이 받아쳤다. 여기는 정말 약육강식의 세계야, 말이 학교지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고 너 스스로 살아남아야해. 고개를 숙인채 다리를 흔들며 말하는 지민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형은 결국 그네에서 내려 지민에게 다가갔다. 다가오는 인기척에 지민은 고개를 들자마자 제 머리 위에 턱 얹어진 태형의 손에 절로 목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의 커다란 손은 지민의 머리를 다 덮었다.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온기가 머리 위에 그대로 느껴졌다. 네 능력도 멋있어. 나직한 그의 목소리에 지민은 태형을 올려다 봤다. 태형은 가볍게 웃고 있었다. 네 능력, 진짜 멋있어. 그의 목소리는 자신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여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지민은 제 속에서 일어나는 이 알 수 없는 변화가 당황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욱하는 말투가 나와버렸다.


웃기지마 네가 뭘 안다고.

응. 네가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모르긴 하지.

......

이 시대에 그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지라는 거야.

......

아, 자만심은 안돼. 에스퍼로 태어난 건 감사한 일이지 당연한 일은 아니니까.


장난스러운 마지막 말에 결국 지민은 고개를 숙인채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제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그의 그의 손을 잡아 내렸다.

태형은 처음부터 지민에게 너무 새로운 사람이었다. 그 새로움에 끌려 제 성격에 맞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까지 그와 친해지려 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에게 무언가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는 노멀이었기 때문에, 에스퍼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을 그가 해주지 않을까 해서. 지민은 마른침을 삼키고 숨을 고른 후 태형을 바라봤다. 어딘가 불그스름한 그의 눈가에 태형은 살짝 놀랐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게 지민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 능력 궁금하다고 했지. 지민이 거의 속삭이듯 하는 말에 태형은 더 잘 듣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 애한테는 자신의 능력을 밝혀도 나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능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