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육아물

뷔민 말도 안되는 육아물 썰 (보너스)

글하 2017. 4. 5. 23:05



파파! 선물 요정 이써?


갑자기 우다다 방에서 뛰어나와 태형의 다리를 부여잡고 물어오는 도하에, 태형은 순간 당황했지만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도하를 내려봤다. 왜 아들, 선물요정 보고 싶어? 태형의 물음에 도하는 제 얼굴을 다리에 부빗거렸다. 아니... 도하 내이일... 도하 생일인데... 말꼬리를 늘이며 말하는 도하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태형은 결국 그를 들어 꼭 끌어안았다. 끄아아 누구 아들이길래 이렇게 귀엽냐! 파파, 도하 숨마켜!! 도하가 결국 태형의 팔뚝을 퍽퍽 치고 나서야 그를 놓아주었다.


생일에 선물 주는 사람이 선물 요정인 것 같아?

웅! 아까 책에서 봤는데 선물 주는 요정도 있다구 해써.

그래. 그럼 또 아들이 편지 쓰면 되겠네. 뭐 갖고 싶은지 요정한테 편지 써.

편지?

응. 저번에 이빨 요정한테 편지 쓴 것 처럼.

아 마따!


도하는 후다닥 제 방에 들어갔다가 공책이랑 색연필을 들고 나왔다. 태형은 거실 한켠에 있는 도하 책상을 가운데로 끌고 왔다. 거실 테이블은 대충 발로 밀었다. 나중에 지민이 보면 또 책상 옮겼냐고 기함 할테지만 뭐, 지민이 알기 전에 빨리 치우면 되지. 도하는 제 책상에 앉아 색연필을 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태형도 옆에서 반무릎으로 앉아 도하 책상에 얼굴을 받친 채 두 눈을 끔뻑이며 도하를 바라봤다.


아들은 무슨 선물이 갖고 싶어?

움... 메카드.

메카드? 그 자동차?

응!


도하의 말에 태형은 자신의 폰을 들어 재빨리 지민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야 메카드] 지민은 카톡을 바로 확인한듯 순식간에 1이 사라졌다. 도하는 초록색 색연필을 들어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선..물...요정님. 내일 도..하 생일... 이에요. 입으로 말하며 써내려가는 도하가 귀엽기만 해, 태형은 조용히 그가 써내려가는 편지만 내려다 보고 있다가 갑자기 울리는 알람에 흠칫 놀라며 폰을 확인했다.


[메카드? 자동차?]

[어 그거.]

[차 종류 되게 많지 않아?]

[아 대충 아무거나 하나 사 와.]

[하나면 돼?]


지민의 마지막 말에 태형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하는 여전히 심혈을 기울여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써내려갔다. 얼굴만 보면 서예가 저리 가라다. 태형은 도하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아들, 그거 몇 개 가지고 싶어? 태형의 물음에 도하가 고개를 팍 들어 태형을 바라봤다. 요정은 얼마나 가져올 쑤 있대? 태형은 얼굴은 웃고 있지만 머리는 굉장한 속도로 굴러가고 있었다. 글쎄... 요정은 작아서 많이 못들고 오니까 한 5개 정도? 태형의 말에 도하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파파 그러며언... 딱 5개 해두 대? 도하의 말에 태형은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엄! 우리 아들이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는데, 요정도 이해해 줄거야. 태형의 손가락이 자연적으로 빨라졌다. [다섯개 사와]

공책 한 장을 거의 다 채우다시피 길게 쓰던 도하는 갑자기 손을 우뚝 멈추고 또 태형을 바라봤다. 파파. 태형은 도하를 바라보았다. 응 그래, 아들. 도하 가지구 싶은 거 하나 더 이써. 도하의 말에 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들, 뭐든지 말해봐.


셀카폰.

... 셀카폰?

웅. 노리터에서 애들이 막 그거가지구 노는 거 봐써.

친구들이 폰을 가지고 논다고?

웅. 그거로 막 게임두 할 쑤 있구 애들끼리 대화도 할 쑤 있대써.


태형은 대놓고 당황했다. 와씨 요즘 애들은 무슨 폰을 장난감처럼 쓰나. 태형은 그것만큼은 도하에게 흔쾌히 가능하다고 말해 줄 수 없었다. 애한테 폰 사주자고 했다가 진심으로 지민에게 쳐맞을지도 몰랐다. 너는 7살짜리 밖에 안된 애한테 폰을 사주고 싶냐고, 마음 같아서는 중학교 들어가서도 사줄까 말까 하는데 애 교육 한번 잘 시킨다고 왕왕댈 지민이 벌써부터 눈 앞에 선했다. 태형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글쎄, 한번에 너무 그렇게 욕심내면 요정이 화나서 선물 안줄 수도 있어, 저번에 엄마도 말했었지? 모든 것을 다 가질수는 없다고. 도하는 살짝 시무룩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은 대신 도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야 미친 요즘 장난감 왜 이렇게 비싸 5개 사면 거의 십만원 돈이야.]

[도하 벌써 편지 쓰고 완전 기대에 부풀었어]

[무슨 컬렉션 있는데 이걸로 하면 안되나?]

[걍 아무거나 사 와. 뭔들 그냥 머리맡에 있으면 다 좋아해 안그래도 지금 셀카폰 타령까지 해서 심란하구먼]

[셀카폰?]

[요즘 애들은 폰 들고 노나봐 놀이터에서 봤대]

[셀카폰 이거 말하는건가] [사진]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지를 뻔 했다. 옴마야, 세상에. 마치 산삼을 발견한 사람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베베 꼬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파파 왜그래? 도하가 이상하게 쳐다봤다. 태형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 도하에게 물었다. 아들 혹시 네가 말하는 셀카폰이 분홍색 공주 셀카폰 말하는거야? 태형의 물음에 도하가 눈을 반짝였다. 응!


그럼 일단 아들이 가지고 싶은 거 목록을 다 쓰고 요정이 마음에 드는 걸로 가져와달라고 하면 되겠다, 그치?

응!


도하는 신나서 다 쓴 편지 밑에 내용을 추가해서 적기 시작했다. 또 한 자, 한 자 공들여서 꾹꾹 눌러 쓰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마마 언제 와? 잠옷까지 다 갈아입고 잘 준비까지 다 한 도하가 소파에 몸을 깊숙히 파묻은 채 태형에게 물었다. 엄마 좀 늦게 온다고 했어, 아들 먼저 자. 태형의 말에도 도하는 고개를 저었다. 마마 오는 거 보고 잘래. 눈이 감기고 하품도 계속 하면서 저 똥고집은 진짜 누굴 닮았는지, 태형만 안절부절 못했다. 지금도 무음으로 바꿔 놓은 폰에서는 카톡이 계속해서 왔다. [아 그냥 빨리 재우고 나오라고] [김태형] [ㅡㅡ] [아 존나 그냥 재워 침대에 눞혀] 미리보기로 뜨는 메시지를 보면서 태형은 손톱만 잘근잘근 깨물다 결국 폰을 내려놓고 도하를 안아들었다. 읏차, 우리 아들 엄마가 오늘 너무 늦게 오네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지금 자야해. 도하는 태형의 목에 제 팔을 감았다. 우으응... 마마 보고 시퍼... 목소리에 잠이 가득 묻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안자겠다며 태형에게 딱 붙어 있는 도하에, 태형은 이도 저도 못하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럼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자, 안자고 아빠랑 같이 침대에 누워 있자. 태형은 제 몸에 딱 붙어서 안떨어지는 도하의 엉덩이를 받치고 그대로 도하의 침대에 누웠다. 마마 언제와? 도하의 물음에 태형은 눈을 가린 도하의 앞머리를 살짝 쓸어넘기며 말했다. 엄마는 도하 생일날 선물처럼 올거야. 도하는 태형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잠들었다.



야 이 바보야, 그냥 재우면 되지 뭘 그렇게 오래 끌어! 집 밖을 나오자마자 한소리 들은 태형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만 긁적였다. 지민은 팔짱을 낀 채 발만 동동거렸다. 포근한 봄이지만 밤은 아직 완연한 봄이 아니었다. 제법 쌀쌀한 바람에 지민의 홍조가 더욱 도드라졌다. 아흐, 빨리 가자 나 춥다. 지민은 몸을 웅크리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태형이 바로 따라붙어 그대로 지민을 뒤에서 안았다. 아이고, 어떡해 우리 지민이 몸이 차갑네. 태형의 말에 지민은 고개를 돌려 태형을 노려봤다. 너 때문이잖아 이 자식아. 태형은 푸흐흐 웃으면서 지민을 더 꽉 안아주었다.

시간이 없었다. 제과점에서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산 후 대형마트에서 선물을 살 계획이었다. 태형이 차고에서 차를 꺼내오자 지민이 바로 올라탔다. 케이크는 그냥 캐릭터 케이크 아니면 초코 케이크 사, 지금 케이크가 문제가 아니라 선물이 문제야. 지민의 말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선물 좀 찾아봤어? 지민이 태형을 돌아 보며 말하자 태형은 헤 웃기만 했다. 안찾아봤네. 지민의 말에 아니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른속도로 도착한 대형마트에 주저 없이 장난감 코너로 간 둘은 엄청난 종류의 장난감에 당화스럽기까지 했다. 와 진짜... 뭔 놈의 장난감이 이렇게 많아. 태형이 당황하며 쭉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다른 걸 모르겠는데 이게 다 다른 차란 말이지...


봐, 내가 못 고르겠다고 했잖아.

그 낮에 네가 말하던 컬렉션은 뭐야.

이건데...


지민은 박스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태형은 머리만 긁적였다. 뭐가 좋은지 알 수가 있었야지. 사실 지민은 아까 전에 마트에 갔다가 결국 못사고 돌아왔었다. 태형은 그래도 도하와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으니 도하가 뭐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서 같이 온 것이다. 태형은 도하와 같이 만화를 자주 봤다. 도하가 보니까 옆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같이 보게 됐는데 보다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헐 대박 나 얘 좋아해. 태형은 상자 하나를 꺼내들었다. 나 이거 사주면 안돼? 얘 되게 멋있는데. 지민은 태형을 노려봤다. 지금 네 장난감 사러 왔어? 지민의 말에 태형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헐 지민아 나 이 레고 사면 안돼? 이거 집에 전시하면 되게 멋있을 것 같지 않아? 대박 나 이 배 조립해서 서랍 위에 올려 놓으면 되게 멋있을 것 같은데. 헐 지민아 나 이거 갖고 싶어. 지민은 자꾸 상자를 꺼내 들어 보이는 태형의 손을 찰싹 때렸다. 지금 네 장난감 사러 왔어? 네 장난감 사러 왔냐고! 으이구 진짜 대체 누가 아빠인지를 모르겠네! 지민의 타박에 태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지민아, 이거는 나 진짜 잘 만들 수 있는데. 결국 지민은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태형은 해맑게 웃으며 상자 하나를 카트에 실었다.

오늘도 요정 얘기 하더라. 태형의 말에 지민이 피식 웃었다. 그 놈의 요정은 작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를 않네. 태형은 푸스스 웃었다.


요정한테 편지 썼어. 선물 달라고.

뭐라고 썼는데?

뭐 그거 선물해달라고 그랬지.


태형은 턱짓으로 지민이 안고 있는 봉지를 가리켰다. 안에는 포장까지 정성스레 되어 있는 도하의 생일선물이었다. 가만히 창 밖을 보고 있던 지민이 갑자기 푸핫 웃었다. 왜? 태형은 지민을 힐끔힐끔 보며 그의 웃음에 따라 웃었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도저히 웃음을 멈출 생각을 않는 지민의 모습이 웃겨 태형도 계속 따라 웃었다. 아이고 갑자기 진짜 웃기네. 지민은 눈물까지 찔끔 흘린 것 같아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치며 숨을 골랐다.


도하 한명 때문에 매 번 이런 거 하는 우리도 너무 웃겨서.

뭐가?

요정 얘기 받아주면서 애 동심 안 깨뜨리려고 요정 발바닥 그리고 그랬잖아.

아 맞다 발바닥. 집에 가면 또 그려야지. 이번에는 다른 색으로.

그 쪼끄만 애 한명이 성인 두 명을 이렇게까지 움직이게 만드는구나 싶어서.

도하라서 그래.

그래. 도하라서 그래.

......

진짜 마냥 애 같은데 그 애도 우리처럼 크겠지.

아, 도하 고등학생 되면 잘하면 너랑 같은 학교 다닐수도 있겠네?

와 벌써부터 머리 아파.

왜, 아들이랑 같은 학교 다니면 재밌겠네.

제에발 착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사고치지 말고. 사춘기 격하게 안보내고.

우리 아들은 괜찮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태형에, 지민은 그를 보다가 결국 살풋 웃었다. 그래, 누구 아들인데 엄청 착하지.










꺄아!! 아침 일찍 도하의 기분좋은 비명이 들리더니 곧 그의 방 문이 벌컥 열렸다. 마마! 방 문을 열자마자 케이크를 들고 있는 지민이 보이자 도하는 아예 쪼끄마한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생일 축하 합니다! 태형이 옆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케이크와 촛불 그림이 장식된 선글라스를 끼고 노래를 불렀다. 팡! 폭죽까지 터뜨리고 나서야 지민이 살짝 앉아 도하에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소원 빌고 촛불 꺼야죠. 지민의 말에 도하가 두 눈 꼭 감고 손을 모았다. 파파랑 마마랑 도하랑 맨날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오...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소원을 빈 도하가 후 촛불을 껐다. 우리 도하 이제 7살이네? 태형이 도하를 안아들었다. 파파 나도 이거! 도하가 태형이 쓴 선글라스를 빼 자신이 썼다. 커다란 선글라스가 도하 얼굴의 반을 가렸다. 사진 찍어줄까? 지민이 카메라를 들고서 하는 말에 태형이 고개를 저었다. 같이 찍어야지. 지민은 푸스스 웃었다. 타임 맞출게.

마마, 이번에도 요정이 발자국 남겨써! 도하는 제 머리맡에 있던 선물상자를 뜯어보며 말했다. 그를 제 무릎에 앉힌 채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던 지민이 맞장구 쳐주었다. 그랬어요? 그럼 이제 우리 도하 협탁에는 요정 발자국이 두개나 찍혀있네요? 웅! 도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칭구들한테 자랑할거야, 우리집에 요정이 두번이나 왔다갔다구! 도하는 포장지를 확 벗기자마자 나온 선물에 꺄아! 소리를 질렀다. 맞은편에 앉아 도하와 지민을 계속해서 찍고 있던 태형이 결국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좋아, 아들? 태형의 말에 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도 우리 도하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선물 줬네요. 지민은 도하의 볼에 뽀뽀하며 말했다. 태형은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해맑게 웃는 도하와, 그의 볼에 가볍게 뽀뽀하는 지민의 모습이 따뜻하기 그지 없었다.

아들, 아빠랑 엄마가 주는 선물이야. 태형은 옆 의자에서 선물을 꺼내 도하에게 건넸다. 도하거야? 도하의 물음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마 아빠가 아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주는 선물. 태형의 말에 도하는 폴짝 뛰어내려 태형에게 다가갔다. 태형은 의아한 표정으로 도하를 안아 올렸다. 도하는 태형의 허벅지를 밟고 올라서서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 태형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하를 꽉 안아 양 볼에 뽀뽀했다. 꺄으! 도하가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냈다. 태형이 준 선물을 받고 도하는 지민에게 다가가 똑같이 지민에게 뽀뽀했다. 누구 아들이길래 이렇게 사랑스러워, 응? 지민이 웃으며 도하를 꽉 안았다. 파파 마마 아들! 도하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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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7살
지민이 태형이 24살.
오늘은 도하 생일.
저번 화에 살짝 언급했었는데
오늘 문득 생각나서 급하게 써 봄.
오늘은 식목일이기도 하죠.
그래서 일부러 도하 생일을 4월 5일이라고 했음.
그리고 내일은 개강 (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