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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청게 클리셰 2

12. 태형이 친구인 척 한지는 꽤 오래 됐다. 정확한 시기는 태형 본인도 모른다. 그냥 아, 내가 지민이를 친구로 보지 않았었구나 깨달았을땐 이미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게 앓고 있었다.


13. 그때가 중2때 즈음이었으니까 대충 그때부터 친구인 척 했다고 해두자.


14. 사실 김태형은 처음부터 날라리는 아니었다. 지민을 바라보았던 자신의 눈이 친구로서의 눈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하필 그 때 자신은 중2였고, 누구나 한번쯤 겪는다는 사춘기의 문턱을 막 넘을 때였으며,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정체성의 고민이라는 것이 덮쳐와 김태형은 순식간에 중2병 절정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아직까지 내려오지 않고 있다.


15. 사실 아직까지 혼란스럽다. 정말 자신이 지민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주위에 지민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착각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제 마음을 확실히 해야지 이 중2병이 고쳐질 것 같다.


16. 사실 중2병이라는 말도 안되는 것 뒤로 숨는거다. 이 반항기를 없애면 오로지 나만이 남는데, 온전한 나를 내보이면 지민이 제 마음을 알아차릴까봐. 반항이라는 갑옷 안에 자신은 벌거숭이다. 제 진심까지 다 보이는 진짜 자신을 지민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17. 지민은 갑자기 변해버린 태형이 진심으로 안타깝다. 중학교 때만 해도 애가 참 착하고 똑똑하고 순수한 아이였는데. 원래 그런 애 아니예요. 애는 착해요. 지민은 태형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들릴때마다 그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다른 말은 다 믿으면서 이상하게 태형이에 대한 말은 안 믿는다.


18. 태형이가 첫인상이 좀 무섭게 보여서 그렇지 알고보면 진짜 순하고 착한 아이예요. 지민이 그런 말을 할때면 선생님이나 다른 애들이 진심으로 걱정한다. 지민아 혹시 태형이가 너를 괴롭히면 주저 말고 선생님께 말하렴. 지민아, 너 김태형한테 협박 당해?


19. 지민아 태형이랑 많이 붙어다니지마. 네가 그럴 애 아니란 건 알지만 네 공부에 지장이 생길까봐 염려돼서 그래, 선생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지민은 교무실에서 선생님께 그런 말 들을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20. 태형은 중학교 때 지독한 반항기를 겪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지만 태형은 지랄노도 정도. 지민은 태형이 왜 그렇게까지 변했는지 아직까지 이유를 모른다. 태형도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너 때문은 아니지만 너 때문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서도 그렇게 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지민이 엄청 큰 상처와 자책감을 가질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21. 지민은 태형의 옆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없으면 태형은 금방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22. 태형은 지민이 없으면 안되었다. 그게 우정 보다 더 깊은 무언가의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표현력이 구린 자신이 쥐 날 정도로 머리 굴려 결론을 내어보자면, 구원 정도.


23. 태형은 지민에게 구원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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