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창고

슙민슈짐 썰2



윤기쌤 첫사랑 이야기가 시들해질 무렵, 윤기랑 엄청 친한 국어쌤의 입에서 나온 발언 때문에 또 한번 학교가 뒤집어짐.


어? 너희 몰랐어? 윤기쌤 애인 있는데.


이 한마디에 그 반 학생들 멘붕. 쉬는시간 종 울리자마자 그 소문이 온 학교에 다 퍼진 시간은 불과 3분. 수업 끝나고 교실 나오자마자 우르르 달려와 제 앞을 가로막으며 무어라 왕왕대는 여학생들 때문에 윤기는 어리둥절. 저 멀리서 국어쌤은 무언가 찔린다는 듯, 미안하다는 듯, 난처한 듯, 되게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손 흔들어주고 있음. 애들한테 밀리면서도 저 자식 저건 무슨 뜻이지 하는 생각만 듦.

윤기는 그 다음 시간이 되어서야 왜 갑자기 애들이 미친듯이 자신에게 달려왔는지 알게 됨. 수업 종 땡 치자마자 교실문을 연 윤기가 한 발 교실 안에 들이자마자 학생들이 쌤 애인 있다면서요! 무슨 합창 하듯 동시다발적으로 소리침. 윤기는 깜짝 놀라면서 동공지진. 갑자기 국어쌤이 자신을 향해 손 흔들던 것이 생각남. 아씨... 윤기는 속으로 막 욕하면서 교탁 앞에 섬. 책펴라. 쌤 진짜 애인 있다는 거 맞아요? 자신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애인 이야기만 하는 애들에, 윤기는 결국 한숨 쉼. 김남준 그 자식 입을 쳐버려야 해. 윤기 입에서 나온 국어쌤 이름에 다들 빵 터짐. 남준은 윤기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음. 윤기의 연애사를 다 아는 유일한 사람. 윤기가 처음 반한 그 사진을 보여준 사람이 남준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함 둘이 친하다고. 그래, 그래서 걔 어디까지 얘기했냐. 윤기의 말에 아이들의 말이 봇물 터지듯 나옴.

쌤이 애인 겁나게 아낀다고요. 안그렇게 보이는데 엄청 팔불출이라던데요. 쌤 지금 애인이랑 오래 사귀었다면서요. 쌤 막 애인한테 전화오면 입꼬리가 내려 갈 생각을 안한다던데요. 쌤 갤러리에 순 애인 사진 밖에 없다고 했어요. 막 애인분 번호 애칭으로 저장 해 놓았다고. 쌤 진짜 그렇게 안보였는데 되게 의외네요. 막 애인 이름도 그냥 심플하게 이름 두 자로 저장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쌤 주말마다 애인이랑만 만난다고 그랬어요. 평일에는 시간이 안나니까 주말 방해하지 말라고 그런다고. 애인 사진 새로 찍은 거 있으면 보여준다고 그랬어요. 솔로 앞에서 염장 대놓고 지른다고 짜증나 죽겠다고 그랬어요. 진짜 확 헤어지라고 하고 싶은데 너무 예쁘게 사귀어서 그런 말도 안나오게 한다고요. 걔네는 사귄지가 몇년인데 무슨 아직도 사귄지 한 100일 된 사람들 처럼 지낸다고 그랬어요. 쌤이 애인 관련된 일이면 오버 개쩐다고 그랬어요. 너무 과보호 하는 것 같다고도 그랬어요. 너무 오냐오냐 해줘서 그 애인이 점점 버릇이 안좋아지면 어떡하냐고도 그랬어요. 남준쌤이랑도 아는 사람이라던데요.

김남준 쓸데 없는 말 많이 했네. 윤기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들겠음. 두 팔꿈치를 교탁에 올리고 얼굴을 가림. 야, 쪽팔려서 오늘 수업 못하겠다. 윤기의 말에 애들 또 빵터짐. 윤기가 거짓말은 아닌듯 귀가 진짜 터질듯 붉어져 있음. 내가 저번에 얘기 해줬었잖아. 애들은 어이가 없음. 쌤이 언제 이야기 해줬어요! 첫사랑 밖에 얘기 안해줬잖아요!

그래 그거. 윤기의 단답에 순간 교실이 정적이었다가 우워어어! 애들이 막 소리 지름. 뭐예요, 쌤 대박이다! 그 첫사랑이랑 지금까지 사귀고 있던 거였어요? 뭔데 겁나 설렌다! 쌤 사귄지 얼마나 됐어요? 4 5년 됐나. 오 뭐야 우리는 가망도 없었네. 아 쌤 진짜 좋아했는데 완전 나 혼자 사랑하고 나 혼자 차인 기분이야. 애들의 수근거림이 커지자 윤기가 조용히 시킴. 자 이제 됐지 수업한다.

아아ㅏ아아아 쌤 애인 이야기 더 해주세요. 애인분 아직도 처음 그 때처럼 좋아요? 겁나 좋은데, 매일매일이 새로운데. 헐 미친 진짜 윤기쌤 맞아요? 뭐냐 그 말은. 쌤 애인한테도 무뚝뚝해요? 미쳤냐, 걔 무뚝뚝한 거 엄청 싫어해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무뚝뚝 했었는데 애인이 너무 싫어하고 서운해 해서 지금 그나마 많이 나아진거야. 와 쌤 그 사람 엄청 좋아하나봐요 성격 바꾸기 쉽지 않은데. 어 엄청 좋아해 매일 얼굴 볼때마다 미칠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 책 펴.

이 일은 또 수업이 끝나자마자 온 학교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함. 막 애들이 윤기한테 달려와 진짜냐고. 진짜 애인 있었냐고 난리도 아님. 나 졸업하면 쌤이랑 사귀려고 했는데! 결혼하려고 했는데! 5년이나 사귀었는데 아직도 얼굴 볼때마다 미칠 것 같대. 미친 진짜 엄청 좋아하나보다. 와 그 사람 대체 어떻게 생겼으면 쌤이 그렇게까지 말하지. 저번에 쌤 이야기 했을 때 엄청엄청 귀엽게 생겼대. 얼굴도 하얗고 볼도 분홍분홍 하고 애교도 엄청 많고. 아 맞아 남준쌤도 애인분 아는데 하얗고 볼살 좀 있고 귀엽게 생기긴 했다고 그랬어. 야 제3자가 그렇게 말하면 그냥 게임 끝이야. 귀엽다는 것도 말이 귀엽다지 기본적으로 예쁘게 생겼을걸. 몸매도 개 좋을걸. 같은 학교라며 공부도 겁나 잘했겠네 쌤 존나 좋은 대학이잖아.

윤기쌤의 애인에 대한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함. 그래서 나온 결론이 윤기쌤 애인은 겁나 여신급으로 예쁘고 하얀데 볼이 분홍분홍 하고 볼살이 좀 있어서 귀여운 편이고 애교도 많아서 하는 행동 자체가 귀엽고 몸매도 겁나 좋고 춤도 잘 추고 공부도 잘 하고 집도 좀 사는 완벽한 사람임. 남준은 그런 소문을 듣고 그냥 웃겨서 자지러짐. 민윤기는 째려봄. 왜 아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구먼.





어느 날, 학교가 또 한번 술렁임. 저녁시간 때 즈음에 학교 정문에 한 남자가 벽에 기대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서 있는데 누군지는 몰라도 겁나 귀엽게 생긴거임. 옷도 잘 입어가지고 겁나 훈훈함. 여자애들 다 창문에 붙어가지고 누군지 보고 있고, 지나가는 애들도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 그 남자는 그 시선이 민망한지 고개만 숙이고 있고. 그러다가 여자애들이 다가와서 뭐라 말하면 대답같은 거 해주고. 막 살짝 웃어주는데 그게 또 귀여워서 다른 애들이 또 오고, 또 오고 그래서 무슨 연예인 온 것 처럼 그 사람 주위에 애들이 바글바글함. 누구 오빠인가? 남친인가? 추측이 난무함. 빠른 애들은 벌써 통성명까지 다 함. 오빠 잘생겼어요! 고마워요. 여기 왜 오셨어요? 누구 기다려요? 아 네 여기에 아는 분이 일하고 있어서요 오랜만에 같이 집 가려고요. 오빠 무슨 연습생이에요? 네? 아뇨 전 그냥 대학생이에요. 오빠 인기 많죠. 아니요 제가 뭐라고요. 헐 아니예요 오빠 웃는 거 보니까 진짜 대박인데? 오빠 막 인기많은 과 선배 스타일인데? 애들 얘기에 또 쑥쓰러워가지고 손으로 얼굴 가리고 웃음. 근데 그게 또 엄청 귀여운거임. 애들 난리남. 막 번호 따면서 오빠 다니는 대학에 갈거라고. 그래서 남자가 오시라고 환영이라고. 오빠 무슨 대학교 다녀요? 아 저 ㅇㅇ대학교 다녀요. 하는데 겁나 명문대인 거. 그래서 애들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노력은 해보겠다고.

그러다 야자 전 예비종 울려서 애들 다 야자 하러 교실 올라감. 창문 밖에서 보는데 윤기쌤이 나오더니 그 오빠한테 다가가는 거임. 윤기쌤이랑 오빠랑 뭐라뭐라 얘기 나누다가 갑자기 오빠가 막 웃더니 윤기쌤을 살짝 안고 윤기쌤은 머리를 헝클이는 거임. 아 저 오빠가 기다린다는 사람이 윤기쌤이었어? 헐 대박 윤기쌤이 안되면 저 오빠 소개 시켜 달라고 해야겠다. 그 장면을 본 여학생들은 다 그 생각함. 진짜 윤기쌤 어떻게 그런 훈남 오빠를 다 아냐고.





그 다음 날, 윤기쌤이 아침조회 하러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어제 교문 앞에 서 있었던 오빠 폰번 딴 사람 다 나오라고 함. 애들 막 어리둥절 해 있으니까 윤기쌤 직접 한명 한명 돌아다니면서 폰 확인까지 함. 야, 아무리 걔가 멋있어도 인간적으로 임자 있는 사람은 건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고 한 사람 나와, 이 자식들이 건들여도 걔를 건들여? 빨리 지워 인마. 애들은 설마 설마 하는 생각으로 물어봄. 쌤 혹시 어제 그 오빠... 오빠? 야 초면에 무슨 오빠야, 안되겠네 진짜 뭐 얼마나 얘기 했다고 오빠는 뭔 오빠냐. 그 분 쌤 애인이에요? 그래 내 애인이다, 어이가 없네 진짜 어제 물어보니까 이름에 대학에 폰번까지 물어보고 어쭈 나랑 해보자는 거냐 지금. 곧이 곧대로 다 얘기 해 주고 폰번 준 걔도 어이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