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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홉] 사랑옵다 7

길/사랑옵다



지민과 정국은 나란히 바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 호석을 바라봤다. 호석은 어디가 불편한지 계속해서 허리를 비틀며 타자를 쳐댔다. 아무리 봐도 오늘따라 사장님 이상하지. 지민의 물음에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어디 불편하세요? 지민의 물음에 호석은 화들짝 놀라 그들을 바라봤다. 어어, 아니 괜찮아. 호석은 애써 웃어보였다. 지민의 눈이 새초롬해졌다. 뭐 숨기고 있다. 지민의 중얼거림에 정국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사장님.

 

어어...

 

사장님은 뭐 커플템 같은 거 없어요?

 

 

지민의 물음에 호석이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힐끗 모니터 너머로 지민을 바라봤다. , 그러고 보니. 정국은 턱을 괴던 얼굴을 들고 허리를 폈다. 사장님이랑 그렇게 오래 사귀셨다면서 반지 하나 안보이네요. 정국의 말에 호석은 괜히 제 손가락을 쓱 쓸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호석은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탁 덮고 팔짱 꼈다. 어쩐지 얼굴에 심통함이 보여 지민과 정국은 힐끗 서로를 봤다. 뭔가... 잘못 이야기 꺼냈나.

 

 

내가 이야기 했었나. 김남준 거어어업나 덤벙거린다고.

 

, 이야기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걔 성격 때문에 그런 악세서리를 선물 할 수가 없어. 옛날에 한번 반지 선물 해줬었는데 어디선가 잃어먹고 왔다니까. 내가 다시는 그 꼴 보고 싶지 않아서 그냥 안 사줘. 걔도 자기 성격 아니까 그런 거 선물 안 해주고. 그런 악세서리 말고 다른 걸로 커플 맞춰.

 

 

, 그러세요... 괜히 잘못 말을 꺼낸 듯한 느낌이 들어 지민은 쩝 입만 다셨다. 보통 뭘로 맞추는데요? 정국의 말에 호석이 잠시 생각했다. 별 건 아니고... ?

 

 

속옷? 지갑? 머리색? ... 잠옷? , 신발?

 

그만해요.

 

반지만 없는 거지 그냥 다 커플로 맞추네.

 

우리 데이트 갈 때도 막 드레스 코드 맞춰서 가는데.

 

. 정말 좋은 데이트네요.

 

그럼 목걸이는 괜찮지 않아요?

 

 

커플링 사서 목걸이로 걸고 다니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정국의 말에 호석은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노트북을 열어 재부팅시켰다. 아 왜 그걸 이제야 생각했지!! 호들갑 떨면서 갑자기 막 검색해보는 호석을 보던 지민이 작게 쯧 혀를 찼다. 커플링 엄청 하고 싶으셨나보네.

 

야 반지 어디가 제일 예쁘냐? 좀 심플하면서도 독특한데 없어? 남자 둘이서 끼기에는 확실히 뭐가 많이 박힌 게 별로긴 하겠지?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듯한 호석에, 지민이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저희한테 말하는 거예요? 그럼 여기에 너희 말고 누가 있냐? 호석의 대답에 지민은 머쓱해져 머리만 긁적였다. 어디 봐요. 정국이 카운터에서 나와 호석에게 다가갔다.

 

 

근데 여태 커플링 같은 것도 없었으면 팀장님한테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지 않았을까요. 멀리서 들리는 지민의 목소리에 노트북만 보고 있던 호석이 고개를 빼어 지민을 노려봤다. 너 짜증나게 자꾸 그런 이야기 할래? 그의 윽박에 지민은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아니면 말고요... 호석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아주 많았지. 짜증날 정도로 많았지. 아름다운 꽃은 날파리가 너무 많아.

 

하는 거 보면 팀장님이 사장님을 더 단속하는 것 같던데.

 

자기한테 그만큼 오는 여자들이 많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웃기지도 않아. 내 주위에 사람이 다가오는 거 봤냐? 그냥 일 하는 거 외에는 없잖아. 근데 걔는 내가 볼 때마다 옆에 여자가 있다니까?

 

 

두 분 다 똑같은 생각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정국은 제 생각을 구태여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에휴 에휴 내가 걔 뭐가 이쁘다고 이런 걸 사주는지. 호석은 한탄을 하면서도 반지를 고르는 얼굴은 신중하기 그지없었다. 사장님 연애 하시는 거 보면 누구나 다 연애 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지민이 머그잔을 닦으면서 하는 말에 호석이 풉 웃었다. 우리가 뭘 했다고.

 

 

제가 본 커플들 중에 제일 이쁘게 연애하세요. 정말 주말에 사장님 여기에 안 올 때 보면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다니까요.

 

아 맞아, 저번 주 일요일에도 여기까지 와서 거하게 싸우고 헤어져! 하고 돌아간 커플이 두 쌍이나 있었어요.

 

오 내 카페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구나.

 

참 묘하죠분위기 좋다는 소문 듣고 찾아와서 고백하고, 여기서 처음을 시작했던 커플들이 결국 마지막도 이 카페에서 맞는다는 게.

 

뭐야, 그게. 무슨 전설도 아니고.

 

 

호석의 말에 지민이 푸스스 웃었다. 혹시 모르죠, 사장님도 모르는 사이에 사장님 카페에서 어떤 전설이 돌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지민의 말에 호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기서 사귄 커플들은 여기서 깨진다는 그런 전설이면 사양할래.

 

 

 

 

 

 

 

 

 

 

어서오세요... 팀장님?

 

지민은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면서 마주친 시선에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시간에는 어쩐 일로... 지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다 종국에는 끝을 맺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남준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심플한 수트 차림으로 들어왔다. 점심시간이라 카페 내에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 고개를 휘휘 돌리며 내부를 둘러보던 남준이 카운테 앞에 있는 지민을 봤다.

 

 

호석이는요?

 

... 사장님은 잠시 일이 있으시다고...

 

걔가 이 시간에 일이 있다고요?

 

.

 

이상하네... 카톡도 안 보길래 카페 일이 바쁜가 했거든요.

 

 

남준은 다시 폰을 꺼내어 카톡을 확인했다. 호석이에게 보낸 문자는 여전히 1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뭐야, 내가 모르는 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남준은 결국 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남준의 표정에 지민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주문하시겠어요? 런치 주세요. 주문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없어 보였다.

 

 

제가 호석이 보려고 점심시간 되자마자 여기 달려왔거든요. 조금만 늦어도 자리가 없으니까.

 

그렇죠. 팀장님 매일 카페 앞에 급하게 주차하고 오시잖아요.

 

매일 여기 있으니까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있겠거니 하고 온건데.

 

운이 좋지 않았네요. 오랜만에 오셨는데.

 

그래서, 호석이는 어디로 갔는데요?

 

글쎄요.

 

 

런치 나왔습니다. 지민은 트레이를 건네었다. 남준은 지민을 유심히 봤다. 저를 그렇게 본다고 해서 나오는 거 없어요. 지민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잔뜩 시무룩해진 남준이 트레이를 들고 터덜터덜 빈자리로 향했다. 그런 남준의 뒷모습을 보던 지민은 재빨리 카운터 밑에서 제 폰을 꺼내어 후다닥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장님 어떡해요 팀장님 오셨어요 아니 한동안 안 오시다가 왜 하필 오늘 오셨데?] [헐 진짜? 아니 걔는 왜 하필 와도 오늘 오냐고]

 

문자에서 호석의 목소리가 음성지원 되는 듯 했다. [일단 전 모른다고 했으니까 사장님이 알아서 다 수습하셔야 해요] [알았어 고마워] 지민은 마지막으로 답장을 받고 나서야 폰을 넣었다.

 

주문한 반지를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고 백화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호석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차 속도를 좀 더 높였다. 카톡. 아까부터 카톡 알람이 울렸다. 카페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줄기차게 보내는 것 같았다. 미안해 준아. 서프라이즈를 위해서는 오늘 하루만은 연락을 줄여야 했다. 이러다 준이 화가 수습 안 될 정도로 화가 많이 나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설마 그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호석이 백화점으로 간 그 사이에 정국은 죽을 맛이었다. 카운터와 제일 가까운 바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제일 가까이 있는 정국만 주시하고 있는데, 커피를 내리면서도 그 시선이 따가워 정국은 손까지 덜덜 떨렸다. 그의 시선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주 잘 알 것 같아서 더 죽을 맛이었다. 내가 모르는 호석이의 일이 없는데 말이죠. 남준이 입을 열자 정국은 말 안 해도 제 몸이 긴장으로 뻣뻣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인가요. 남준의 말에 정국은 작게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저는 진짜 잘 몰라요. 그냥 사장님이 잠시 일이 있다고 나가셨어요.

 

급해보였어요?

 

글쎄요.

 

누구 만나러 가는 것 같았어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모르겠어요.

 

지금 다 짜고 저 놀리는 거죠.

 

저희가 왜 팀장님을 놀리겠어요.

 

 

남준은 미심쩍은 눈을 하고 정국을 쳐다봤다. 정국은 제 할 일 하면서 애써 그 시선을 무시했다. 사장님이랑 팀장님 중에 누가 먼저 고백했어요? 뜬금없는 정국의 물음에 살짝 놀란 남준이 이내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덤덤히 말했다. 제가 먼저 고백했어요.

 

 

내가 먼저 호석이를 좋아했어요.

 

사장님이 먼저 좋아하셨으면 어쩌려고.

 

제가 호석이를 좋아하고 있었을 때 호석이는 제가 존재하고 있었는지 조차 몰랐을걸요.

 

... 놀랍네요.

 

정국씨 반응이 더 놀랍네요.

 

 

무덤덤한 표정으로 툭 내뱉는 정국이 웃겨, 남준은 피식 웃었다. 샌드위치 마지막 한 입을 입 안에 넣은 남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게요? 어쩐지 그렇게 말하는 말투에 기뻐하는 듯한 감정이 느껴져 남준은 풉 웃었다. 제가 가는 게 그렇게 좋아요? 제가 너무 정국씨를 괴롭혔나 보네요. 남준의 말투에 정국은 제 얼굴이 벌게지는 느낌이었다. 좋네요, 감정에 솔직해서. 남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빈 트레이를 넘겼다. 정국은 얼떨결에 그 트레이를 받았다. 나중에 호석이한테 제 말 좀 전해주세요, 납득 안 되는 이유면 집 밖에 못 나갈 줄 알라고.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카페를 나가는 남준의 뒷모습만 멍하니 보던 정국은 싸악 올라오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은 협박이다.

 

가셨어? 키친에서 나오던 지민은 홀로 멍하니 서 있는 정국을 보며 물었다. , 팀장님이 납득이 안 되는 이유면 집 밖에 못나갈 줄 알라고 그러시던데. 정국의 말을 듣던 지민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폰을 꺼내 호석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장님 생각보다 좀 심각해진 것 같은데요] 잠시후 카톡이 왔다 [왜왜왜왜 남준이가 뭐라고 했어?] [아니 납득이 안 되는 이유면 집 밖에 못 나갈 줄 알라고 했다던데요 정국이한테] 그 이후로 한동안 카톡이 오지 않았다.

 

 

 

괜찮아... 남준이라면 이해해줄거야... 호석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한지 손가락으로 바닥을 톡톡톡 일정한 속도로 두드렸다.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선물을 줘야했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몇 번이나 시물레이션을 했다. 직원한테도 몇 번이나 물어봤다. 제 애인이 좋아할까요? 제 애인이 반지를 끼고 다니는 걸 힘들어 해서 목걸이 줄 단건데 괜찮을까요? 혹시 미연씨가 서프라이즈로 이거 받으면 어떨 것 같아요? 직원인 미연씨는 애써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호석의 대답에 차근차근 대답을 해주었다. 고객님이 직접 마음을 담아 고른 것이니 분명 애인분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그녀는 케이스를 내밀며 말했다. 호석은 천천히 케이스를 받았다. 조심히 열어 제 반지를 꺼내어 먼저 손에 끼웠다. 적당히 심플하면서도 예쁜 디자인이었다. 남준이한테 엄청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사기는 했는데... 호석은 케이스 뚜껑을 엄지로 살살 문질렀다. 프로포즈 꼭 성공하실 거예요. 매장을 나가면서 들은 말에 호석은 얼굴이 벌게졌다. 프로포즈? 끄아... 프로포즈... 몇걸음 걸어가다 결국 멈추어 서서 다시 케이스를 열었다. 결혼반지로 많이 맞춘다고 듣기는 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뭔가 부끄럽다. 자기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갑자기 감정이 마구 부풀어 올라 제 몸이 둥둥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부풀어 오르다 감당 못하면 감정이 팡 터지려나. 감정이 팡 하고 터지면 난 쓰러지려나. 그러면 준이가 받아주겠지 뭐. 엉뚱한 생각이 자꾸자꾸 떠올랐다

 

여러 매장을 지나면서 옷들이 자꾸 눈에 띄었다. , 남준이 스타일인데? 이거 준이한테 입히면 예쁘겠다. 와 대박, 이거 준이한테 입혀보고 싶다. 헐 이거 완전 남준이 옷이잖아. 호석은 결국 걸음을 멈추고 옷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면 다 남준이를 위한 옷 같았다. 쇼핑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남준이가 왜 그렇게 자신에게 옷을 사주려고 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걸 다 살 수는 없으니...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호석의 곁으로 직원이 다가왔다. 찾으시는 제품 있으십니까? 직원의 물음에도 심각하게 고민하느라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턱만 만지작거렸다. 키는 한 181 정도 되고요, 덩치는 저랑 비슷한가 좀 더 슬림하고... , 다리가 되게 길거든요 저보다 한 이만큼? 더 길고요, 어깨가 좀 있고 머리도 많이 작고... 그런 애한테 어떤 옷이 어울릴까요.

 

호석의 표정에 직원의 표정이 묘해졌다. 글쎄요... 그런 분이시라면 무엇을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만... 요즘은 롱코트가 많이 유행이니까 코트는 어떠세요? 아니면 카디건 같은 것도 괜찮고요. 직원의 말에 호석이는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롱코트는 이미 집에 차고 넘치도록 많다. 호석은 카디건을 봤다. 뭐가 제일 예쁘려나... 아 물론 준이는 뭘 입어도 예쁘게 떨어지긴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인상까지 찌푸리면서 고민하고 있는 호석의 틈을 비집고 말을 걸 용기가 안 나는 직원은 그저 어정쩡한 거리에 뻘쭘하게 서서 보기만 했다. 친구 선물이신가 봐요. 아뇨, 친구는 아니고... 간신히 입을 뗀 직원에게 딱 잘라 답한 호석이 이제는 두 개를 가지고 고민했다. 집에 이거랑 비슷한 카디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근데 이건 너무 오버핏인가, 애가 너무 말라가지고... 아 살 좀 찌워야 해 걔는.

 

호석은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하다 결국 하나를 골라 직원에게 건넸다. 이거 계산해주세요, 선물이라서 포장 되면... 호석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됩니다, 고객님, 포장해드리겠습니다. 카드를 꺼내는 호석의 표정에는 미소가 완연했다.

 

 

 

 

 

고층 건물을 올려다 본 호석이 작게 심호흡을 했다. 조금 있으면 남준의 퇴근 시간이다. 앞에서 기다릴까 그냥 남준이를 찾아갈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 남준이가 항상 카페로 왔었지, 자신이 그를 직접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위엄 넘치는 건물 크기에 호석은 입구에서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회전문을 돌아 들어갔다. 평생 회사를 다녀본 적 없으니 모든 게 신세계였다. 바깥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크기의 회사에 호석은 눈만 도르륵 굴리다가 프론트 앞에 갔다. 저어기... 사람 찾으러 왔는데요...

 

1층 로비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남준이 내리는 모습이 보이자 호석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석을 발견한 남준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준아? 호석이 인사도 하기 전에 그의 손목을 잡고 급히 회사를 나가는 남준의 행동에 호석은 눈만 끔뻑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끌려갔다. 회사 근처에 세워 놓은 호석의 차로 거침없이 간 남준은 조수석 문을 열어 호석을 태웠다. 그의 손길이 거칠어 거의 구겨지듯 조수석에 들어간 호석은 차 앞으로 가로질러 오는 남준만 멍하니 쳐다봤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남준이 타자마자 호석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남준에게 멱살 부근이 잡혀 그대로 끌려갔다. 잠깐, ! 다급한 호석의 말은 채 다 나오기도 전에 남준의 입술에 먹혔다. 오늘따라 거칠고 숨이 찼다. 뭐에 쫓기듯 다급한 그의 입맞춤을 받아내기 버거워 호석은 자꾸 억눌린 신음만 나왔다. 참다못한 호석이 그의 가슴팍을 세게 치고 나서야 남준은 입을 뗐다. 호석은 숨을 몰아쉬며 남준을 쳐다봤다.

 

 

뭐야, 갑자기?

 

......

 

하아. 진짜 깜짝 놀랐네. 왜 이렇게 안하던 짓을 하지?

너 오늘 점심시간에 어디 갔어?

 

 

너 오늘 무슨 일 있다고 나한테 말한 거 없잖아.

 

, 그냥. 갑자기 생긴 거라서...

 

나한테 말 못하는 거야?

 

 

무언가 평소와 다른 듯한 남준의 행동에 호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오늘따라... 호석은 제 손을 주물주물 거리고 있는 남준의 손을 내려다 봤다. 손을 봤다가, 호석을 힐끗 봤다가, 어쩐지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남준의 행동에 호석은 멍하니 그의 얼굴만 보다가 풉 웃음을 터뜨렸다. 남준은 그의 웃음에 욱했다. , 나 지금 웃을 기분 아니야. 호석은 애써 웃음을 삼키며 다른 손을 들어 남준의 옆머리에 손을 얹고 살살 쓰다듬었다. 머리를 차분하게 내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끔뻑끔뻑 거리는 것이, 꼭 대형견 같았다.

 

 

우리 강아지, 주인님 보고 싶었어?

 

야아... 말 돌리지 말고.

 

준아.

 

 

자신을 불러 놓고 아무 말 없는 호석을 가만히 기다려주는 남준을 보고 호석은 내심 기분 좋아 또 푸스스 웃었다. 호석의 웃음을 본 남준이 따라 웃었다. 너 내가 왜 웃는 줄은 아냐. 아니. 호석의 물음에 남준이 답했다.

 

 

근데 왜 웃어.

 

네가 웃으니까 웃지. 너는 왜 웃었는데.

 

좋아서 웃었지.

 

나도 너 좋아서 웃었어.

 

준아.

 

?

키스해줘.

 

 

호석의 말에 남준은 바로 그의 뒷목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아까보다는 부드럽게 들어오는 남준에, 호석은 두 팔을 들어 그의 목을 감았다. , 차 안이라서 아쉽다. 딱 붙어서 안을 수 없으니 불편하기 그지없다. 호석은 입맞춤이 더 진해지기 전에 입술을 떼었다. 아쉬운 듯 계속 맞닿아 오는 남준의 입술에, 호석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뽀뽀 두어 번 해주고 완전히 물러났다. 아쉬움이 가득한 남준의 표정에 호석은 부러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살짝 훑었다.

 

 

너 이제 나한테 완전히 묶였어.

 

?

 

너 목에.

 

 

턱짓으로 목을 가리키는 호석에 남준은 바로 목 부근에 손을 갖다 대었다. 무언가 걸리는 느낌에 잡아 올려 봤다. 이거 뭐야, 호석아? 어쩐지 벙한 남준의 표정에 호석은 꺄르르 넘어갔다. 표정 완전 바보 같았어. 마구 웃으며 하는 말에 남준은 밉지 않게 그를 노려보며 팔뚝을 찰싹 때렸다.

 

 

나 오늘 다른 거 없었어?

 

다른 거?

 

, 너무한 거 아니냐? 내 손까지 쪼물딱 댔으면서.

 

 

호석이 왼손을 들어 보이며 하는 말에 여전히 벙한 표정이었던 남준의 눈이 점점 커졌다. . 잔뜩 놀란 표정을 해보이며 두 손으로 입가를 가렸지만, 그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와 있는 것이 다 보였다. 표정에서 벅차오른 것이 보여 호석은 괜시리 뿌듯해졌다.

 

 

뭐야, 진짜?

 

뭐긴 뭐야. 수갑이야, 수갑. 절대로 안 풀어줄 거야.

 

아니 진짜... 언제 준비했는데...

 

주문한 건 좀 됐는데 오늘 들어왔다고 해서.

 

... ...

 

 

남준은 갑자기 핸들을 부여잡고 고개를 묻었다. 왜 그래? 호서기 그의 등을 쓸어내리며 남준을 향해 몸을 살짝 기울였다. 남준은 고개만 살짝 들어 호석을 바라봤다. 잔뜩 상기되어 있는 그의 얼굴이 볼만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완전 질투만 잔뜩 했잖아.

 

, 그랬어? , 좋네. 질투 좀 해.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하고 있는 중이야. 여기서 더 질투하면 진짜...

 

... 진짜 뭐.

 

너 감당 못해.

 

내가 말했잖아. 너 수갑 채운 거라니까. 내가 다 감당해야지 뭐 어쩌겠어.

 

아 진짜... 오늘 무슨 날이야? 아 너무... , 말이 다 안 나오네.

 

좋아서? 아니면,

 

당연히 좋아서지! 미쳐 진짜, 날라 갈 것 같아. 아 너무 예뻐.

 

 

남준은 상체를 일으켜 다시 목걸이를 바라봤다. 이거 커플링에 목걸이 줄 단거지? 남준의 말에 호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조심히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호석은 어쩐지 부끄러워져 시선을 살짝 돌려 헛기침만 흠흠 했다.

 

 

그러고 보니 너도 너무하다. 그렇게 손 쪼물딱 거렸으면서 어떻게 반지 하나 눈치 못채냐.

 

아니이... 나는 네가 그냥 패션반지로 낀 줄 알았지.

 

왼손 약지에?

 

패션반지 치고는 뭔가 겁나 고급져 보이긴 했는데.

 

......

 

야 그렇다고 설마 나 놔두고 커플링 했다고 생각하겠냐. 당연히 그냥 낀 반지인 줄 알았지.

 

 

,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그냥 넘어간다. 호석이 새침하게 받아쳤다. 남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 없이 호석을 바라봤다. 아 그리고 이건 그냥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뒷좌석에서 손을 뻗어 꺼낸 것은 중간크기의 상자였다. 한가운데 깔끔하게 박혀있는 브랜드 로고에 남준은 눈이 휘둥그레져 호석을 바라봤다.

 

 

뭐야, 이게? 오늘 뭔 날이야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닌데. 혹시 사귄지 몇 천일 그런 건가? 아닌데?

 

그냥 기분전환 겸. 지나가다가 예뻐서 산거야, 진짜로. 별 거 아니고.  그냥 선물도 못 해?

 

 

호석의 말에 남준은 고개를 저으며 상자를 열었다. 반듯하게 들어있는 카디건을 보고 남준은 입이 떡 벌어진 채 말도 않고 멍하니 카디건만 바라봤다. 호석은 남준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봤다. 괜히 긴장이 된다. 이렇다 할 반응이 없자 호석이 상자를 잡았다. 별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내가, 호석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남준이 상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호석의 손에서 상자가 쏙 빠져나갔다.

 

 

야 내가 언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냐.

 

아무 말 없길래.

 

너무 좋아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한다고 그래.

 

 

카디건을 펴서 꼼꼼히 살펴보는 남준의 표정에 설렘이 가득했다. 호석은 그의 모습만 멍하니 보다가 괜히 흠흠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 준아.

 

?

 

그 반지 말이야.

 

.

 

뭐 같아?

 

뭐 같냐니?

 

 

남준은 카디건을 내려놓고 다시 반지를 들어 봤다. 심플한 듯하지만 일반 커플링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커플링이라기에는 엄청나게 비싸 보이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호석을 바라봤다. 굉장히 쑥스러워 하는 듯한 호석의 표정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거 결혼할 때 많이 맞추는 반지야.

 

......

 

내가 지금 너한테 프로포즈하는 거라고.

 

 

호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맞닿은 그의 입술에 호석은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불편한 자세는 신경도 안 썼다. 제 볼을 감싼 남준의 손이 따뜻했다. 살짝 입술을 떼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호석을 바라봤다. 서로의 숨결이 섞였다. 나 진짜 미쳤나봐. 남준이 작게 속삭였다. ? 호석도 따라 속삭였다. 아직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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