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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남고생의 일상 7

길/남고생의 일상 (完)

1. 소풍

지민은 잠이 가득 묻은 눈을 비비며 방을 나왔다가 소파에 앉아있는 태형을 보고 흠칫 놀랐다. 네가 아침부터 웬일이냐. 지민의 말에 태형은 잔뜩 설레어 하는 표정으로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그때 지민의 엄마가 부엌에서 나와 지민을 반겼다. 태형이 아까 전부터 와 있었어, 오늘 소풍이라고 잔뜩 설레하더라. 지민은 피식 웃었다. 야 니가 무슨 애도 아니고 소풍 가지고 좋아하냐. 그래도!

지민의 말에도 태형은 아랑곳 안했다. 교복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태형의 말에 지민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교복인게 천만 다행이지... 지민은 구태여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만약 사복착용이었다면 얼마나 더 태형에게 시달릴지 대충 예상이 가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마 반나절은 옷을 고른다고 자신을 잡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 김밥 싸놓았으니까 도시락 그거 들고 가.

.

태형이 것도 있으니까 챙기렴.

, 감사합니다 어머니!


태형은 후다닥 부엌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지민이 천천히 부엌으로 가자 태형이 식탁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김밥을 입 안에 넣고 있었다. 색시야 김밥 진짜 맛있어, 먹어봐태형이 김밥 하나를 내밀면서 하는 말에 지민이 받아먹었다. 지민의 엄마가 흐뭇하게 웃으면서 의자에 올려놓은 가방을 들었다. 그럼 엄마는 회사 갔다올게. 다녀오세요! 그의 엄마는 두 아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아 색시 어머니는 밥 진짜 맛있어. 색시 부럽다. 맨날 이런 거 먹고.

 

난 너희 이모가 해주시는 밥도 맛있는데

 

우리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것만 해주시잖아.

 

 

지민은 시무룩한 태형의 앞에 김밥을 들이밀었다. 오늘 좋은 날인데 시무룩해 있으면 안되지. 지민의 말에 태형은 금방 얼굴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반마다 소풍을 가는 장소를 직접 정할 수 있는데 대부분 놀이공원을 고른 듯 했다. 태형은 놀이공원 입구에서부터 설레서 방방 뛰었다. 아 진짜 언제 개장이야. 태형의 말에 지민은 벌써 10번째 시계를 봤다. 이제 5분밖에 안남았으니까 좀 참아. 입구에는 그들이 다니는 마고 외에도 다른 학교 학생들로 인산인해였다. 아니 소풍 갈 곳이 여기 밖에 없나, 서울에 있는 학교는 다 모인 듯. 태형의 말에 지민은 대꾸할 힘도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국에 소풍으로 놀이동산 가고 싶어 하는 애가 너 밖에 없겠니...

 

놀이공원 입구가 개장 되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공원 안을 들어갔다. 빨리 가서 줄 서야 돼! 태형이 덥석 지민의 손을 잡고 무턱대고 뛰기 시작했다. , 잠깐, 김태형! 지민의 외침을 듣지 못하는 건지 태형은 이리저리 사람들을 잘 피해 다니면서 뛰었다. 뭐 타는데! 가보면 알아! 태형이 자신 있게 소리치면서 간 곳은 최근에 생겼다던 놀이기구였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소문을 들었는지 벌써부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이 사람들을 다 어디서 나온 거래. 지민은 저 앞까지 늘어선 줄을 보며 생각했다. 아 어떡해 색시야, 나 벌써부터 떨려. 태형이 잔뜩 설렌 표정으로 지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민의 표정은 묘하게 굳어 있었다. 놀이기구의 첫 운행이 시작 됐다. 와 대박! 대박! 태형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방방 뛰었다. 그럴수록 지민의 표정은 점점 안좋아졌다. 놀이기구가 허공을 가로지를 때마다 꺄아꺄아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색시야, 진짜 재밌겠다 그지! 태형이 웃으면서 지민을 보다가 눈에 띄게 안좋아 보이는 표정에 멈칫했다. 색시? 태형이 지민의 어깨를 살짝 흔들자 그제서야 살짝 놀라며 태형을 봤다. , ?

 

 

색시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내가 뭘.

 

뭔가 불편해 보이는...

 

 

태형은 문득 깨달은 생각에 피식 웃었다. , 맞다 색시 놀이기구 못타지. 태형은 지민의 머리 위에 커다란 제 손을 턱 얹었다. 묵직한 게 머리 위로 올라오자 지민의 고개가 절로 살짝 숙여졌다. 지민은 그 상태로 태형을 노려봤다. 뭐냐, 이거 치워라. 태형은 그대로 지민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색시야 엄청 기대되지?

 

뭐가.

 

이 놀이기구, 여기서 엄청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더라.

 

......

 

분명 제일 무서운 놀이기구겠지?

 

 

실시간으로 새하얗게 질리는 지민의 표정을 본 태형은 애써 웃음을 속으로 삼켰다. 한 세 번째에 우리 차례인 것 같은데 그래도 빨리 뛰어 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치? 지민은 씨익 웃으면서 말하는 태형이 한순간 소악마처럼 보였다.

 

줄이 생각보다 빨리 줄었다. 와 수용인원 수도 꽤 많은가봐. 태형의 말에 지민은 왠지 모르게 긴장되어 손바닥을 교복 바지에 대충 문질렀다. 너무 긴장되어 심장이 펄떡펄떡 뛰다 못 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지민은 태형의 소매 끝을 잡고 살짝 잡아당겼다. 지민의 앞에 서 있던 태형은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을 하고 지민을 돌아봤다. ? 빙글빙글 웃고 있는 저 표정이 어쩐지 자신을 놀리는 느낌이 들어 지민은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다 결국 입을 열었다. 아니야.

 

지민은 자존심이 셌다. 김태형이 자신을 데리고 일부러 여기에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무서운 와중에도 괜히 드러내고 싶지 않아 꿋꿋이 서 있는 자신도 바보 같다고 생각 했다.

 

줄이 한 번 더 줄어들었다. 쑥쑥 빠지는 대기 줄에 지민은 점점 긴장되었다. 태형은 바지를 꽉 잡고 있는 지민의 손을 내려다 보다가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지민이 고개를 들어 태형을 바라봤다. 태형은 씨익 웃으며 맞잡은 손을 들어보였다. 이렇게 하면 덜 긴장되려나. 태형은 그 말을 하며 깍지를 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얇지만 단단한 태형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태형의 손이 지민의 손을 거의 덮었다.

 

다음에 지민과 태형의 차례였다. 커다란 원형으로 되어있는 의자에 둘이 나란히 앉았다. 의자에 앉으니 다리가 덜렁거렸다. 위에서 내려오는 안전바를 양 손을 꼭 잡은 지민이 후하후하 심호흡을 했다. 괜찮아, 색시야? 태형 역시 안전바를 양 손으로 잡으며 지민을 바라봤다. 지민은 고개를 돌려 태형을 바라봤다. 잔뜩 굳어있는 지민의 표정을 본 태형이 손을 내밀었다. . 그의 나직한 말에 지민은 손을 내밀었다. 태형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놀이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는 게 아니었다. 지민은 아직도 울렁거리는 속을 잡으며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거짓말 안하고 무서워서 기절할 뻔 했다. 롤러코스터까지는 어째저째 탄다고 해도 그건 정말 아니었다. 와중에 재밌다고 옆에서 꺄꺄 소리를 질러대는 태형이 얄미워 죽을 뻔 했다. 무서워서 소리도 안나오던데. 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지민은 무릎에 팔을 얹고 턱을 괸 채 저만치 떨어진 곳에 있는 태형을 멀뚱히 쳐다봤다. 태형은 슬러시를 사러갔다. 교복을 입고 가판대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새삼 잘생겼다 싶다. 진짜 저런 얼굴로 살면 무슨 기분일까. 지민은 혼잣말 하며 주섬주섬 폰을 꺼내어 태형을 찍었다. 이야, 무슨 지 혼자 화보 찍네. 지민은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교복을 입어도 핏은 안죽는다. 똑같은 교복을 입어도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지. 하긴, 남자가 봐도 잘생겼는데 여자들은 오죽할까 싶다. 그러니까 여전히 제 페북에 열나게 알람이 오는 거겠지. 지민은 페북에 들어가 방금 찍은 사진을 올렸다. 내 친구지만 짜증날 정도로 잘생김. 올리기가 무섭게 올라가는 좋아요 수와 마구 달리는 댓글에 쯧 혀를 찼다. 하루빨리 김태형 페북을 만들어 주던가 해야지.

 

저기... 조심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교복을 입은 여자 세 명이 쭈뼛쭈뼛 서 있었다. 지민은 빠른 손놀림으로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 네 왜요? 지민의 물음에 여자들은 서로 눈치만 봤다. 지민은 살짝 웃으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지.

 

 

아까부터 봤었는데 혹시 페북에서 유명한 분 아니세요?

 

?

 

춤 영상이랑 친구 사진 올리시는...

 

... , 가끔 올리기는 하는데...

 

 

끝을 흘리듯 말 한 지민의 대답에 그들은 눈에 띄게 좋아했다. 지민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멀뚱멀뚱 그들을 쳐다보기만 했다. 실물이 훨씬 더 잘생겼어요! 춤추는 거 잘 보고 있어요. 너무 멋있더라고요. 여기저기서 날라오는 칭찬폭격에 지민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모르는 사람한테 칭찬 받는 것이 영 어색해서 머리만 긁적였다. 감사합니다. 그 친구도 온 것 같던데 한 사람의 물음에 지민이 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어기 가판대에 있었는데...

 

색시야. 갑자기 확 어두워지는 시야와 함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지민은 자연스럽게 제 눈을 가린 손을 잡아 내렸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지민이 고개를 돌려 태형을 올려다 \보자, 태형은 슬러시를 살짝 흔들어 보이며 씨익 웃었다. 이거 차가워.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볼에 갖다대는 그의 행동에 지민은 흠칫 놀라 몸을 움찔했다. 아 차가! 차가워. 제 볼을 슥슥 문지르는 지민을 보며 태형은 푸스스 웃었다.

 

그런데 그쪽은 누구? 태형은 자연스레 지민의 옆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며 그들에게 물었다. , 우리 페북 보고 알아봐줬어. 초록색 슬러시를 한입 머금은 지민이 답했다. 태형의 눈이 그들에게 꽂히자 어쩐지 더욱 수줍어 하는듯한 그들의 표정에 지민의 눈이 샐쭉해졌다. 김태형한테 목적이 있을 줄 알았어. 쪼록. 그가 빨대로 음료수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났다.

 

태형은 지민의 말을 듣자마자 멍하니 풀려있던 눈이 순식간에 무언가 꿰뚫을 듯 날카로워졌다. 그 찰나의 순간을, 여자 세 명은 봐버렸다. 색시가 춤을 잘 추죠? 태형의 물음에 순간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자신이 불려 지민은 태형을 힐끗 봤다. 무슨 말 하는 거야. 지민이 이를 악 물고 작게 말했다. 괜히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임을 태형이 모를리 없었다. 태형은 그들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춤 좋아해요? 태형의 뜬금없는 물음에 그들은 서로 눈치 보다 한 명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제가 춤을 춰서요. 한 여자의 말에 태형의 눈썹 한쪽이 치켜올라갔다.

 

 

, 그래요? 색시 영상 많이 봤겠네요.

 

?... , ...

 

보통 어떤 영상이 올라와요?

 

 

당황스러운 질문의 연속에 여자들은 우물쭈물했다. 야 넌 뭘 그런 걸 물어봐! 지민이 태형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태형은 슥슥 맞은 부위를 두어 번 문지르기만 했다. 춤 영상만 올라오는 거 맞아요? 태형의 계속된 물음에 여자는 힐끗힐끗 제 친구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춤 영상도 올라오고 그냥 평범한 페북이에요. 그쪽 사진도 많이 올라오고... 같이 놀러간 사진이라던가.

 

아씨, 페북을 깔든가 해야지.

 

, 그렇게 막 이상한 사진 아닌데. 되게 잘 나온 사진들 올려요.

 

아니, 그게 아니라 색시가 말을 더럽게 안들어서. 내가 진짜 싫다니까 기어코 올리냐.

 

내가 왜 네 말을 다 들어야 하는데.

 

 

태형이 지민을 새초롬히 노려보자 지민이 대꾸했다. 아 진짜 싫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색시 보는 거. 태형의 말에 지민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헛웃음도 안나온다. 두 분 되게 옛날부터 친했나봐요. 한 여자의 물음에 지민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마고우예요.

 

 

색시예요.

 

?

 

야 이 미친 새끼야!

 

 

지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태형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아 왜 맞잖아! 태형은 따가움에 한 손을 뒤로 한 채 몸을 비틀며 지민을 올려봤다. 지민은 씩씩 거리면서 태형을 노려봤다. 여자 셋은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했다. 너는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진짜 미친 거 아냐? 지민의 말에 태형은 입을 꾹 다문 채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지민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 , 그렇게 보면 어쩌라고. 지민도 지지 않고 태형을 노려봤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에 가운데 낀 세 명만 서로 눈치를 볼 뿐이었다.

 

 

너는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지, 언제까지 앞 뒤 분간 못하고 되는대로 지껄일래?

 

뭐가? 난 사실을 얘기했을 뿐인데? 그러는 색시야 말로 너무한 거 아니야? 맨날 내 말 무시하고, 안들어주고.

 

내가 언제 안들어줬어.

 

지금도! 내가 슬러시 사러 가는 사이에 또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고 있고내가 모르는 친구들이 한 트럭이야, 무슨!

 

.

 

학교 친구들도 배 아파 죽겠는데 이제는 여기까지 와서 또 그러냐? 그리고 내가 맨날 색시 춤추는 거 남한테 보이는 게 싫다고 말했잖아. 그런데도 맨날 페북에 올리고. 그것만이라도 내 말들어주면 어디가 덧 나? 진짜 왜 그래?

 

뭘 왜 그래.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냐그리고 너 진짜 뻔뻔하다. 너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도 되고 나는 안되냐? 왜 이렇게 애가 크면서 갈수록 자기중심적이야.

 

내 주위에 무슨 사람이 많아. 누가 있는데. 색시랑 정우랑 중학교 때 친구 몇 명 빼고 더 있어? 그리고 색시는 맨날 다른 친구들한테는 잘해주면서 나한테는 맨날 틱틱대고. 질투 난다고 얘기 하는데도.

 

야 내가 언제, . 질투도 적당히 해야 귀엽지.

 

귀여워 해준 적도 없으면서.

 

 

지민은 기가 차 말도 안나왔다. 아 또 삐졌어. 볼이 이만큼 나온 태형을 본 지민이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아무리 생각해도 태형이 왜 이렇게 삐지고 화가 났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내가 좋아해서 춘 춤을 내 SNS에 올리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 문제냐고. 지민은 짜증스러움에 머리를 헝클였다. 그러지마. 태형이 바로 손을 뻗어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정리했다. 와중에 또 쓰다듬는 손길은 따뜻하다.

 

저기... 만나서 반가웠어요, 응원할게요. 눈치만 보던 그들이 인사를 꾸벅 하면서 하는 말에 지민도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태형은 뚱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보기만 했다. 어쩐지 후다닥 이 자리를 피하는 듯 가버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지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태형을 바라봤다. 그는 이미 지민을 보고 있었다. 태형아. 지민이 나직이 그를 불렀다.

 

 

저 사람들은 우리를 처음 봤는데 그렇게 부르면 이상하게 봐.

 

뭐가. 걔네들이 어떤 생각을 하던 우리가 무슨 상관이야.

 

......

 

색시야. 나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고 싶어

 

나는 안그런 줄 알아? 나도 소풍 많이 기대 했다고.

 

나 오늘 둘이서만 놀고 싶었단 말이야. 저런 애들 안들러붙고.

 

 

태형은 벤치에 놓여 있는 슬러시를 들어 지민에게 내밀었다. 이제 나 혼자 어디로 가면 안되겠어. 다짐하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태형에, 지민이 풋 웃으며 슬러시를 받아들었다. 근데 쟤네 너 보러 온 것 같던데. 지민의 말에 태형이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야, 페북 이야기 하는 거 보면 색시 보러 온 거지.

 

 

근데 너 진짜 왜 페북에 나 춤 영상 올리는 거 싫어해?

 

몇 번을 말해. 다른 사람들이 색시를 보는 게 싫다니까.

 

어이가 없네.

 

색시 보고 좋아하는 거 싫어. 질투 난다고.

 

......

 

색시는 누구한테나 인기 많잖아.

 

너도야.

 

나랑은 다르지. 색시는.... 그래. 인기가 많아. 맨날 주위에 사람들이 넘쳐나.

 

 

너무 잘나서 그래, 그치? 자신을 보고 씨익 웃으며 하는 말에 지민은 멍해졌다. 너 질투한다는 거... 지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태형은 자연스레 지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태형이 대답했다.

 

 

누구한테 질투하는 거야?

 

? 당연히 걔네지.

 

나한테 질투 한다는 얘기 아니었어?

 

내가 왜 색시한테 질투해.

 

 

너무도 해맑게 이야기하는 태형의 얼굴을 보자 지민이 멍해졌다. , 그거... 무어라 말하려던 그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 뭐라고? 태형이 되묻자 고개만 저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어? 결국 지민은 물어보지 못했다.

 

 

 

 

 

 

 

 

 

 

2. 제목: 요즘 엄청 뜨는 그 페북스타 오늘 봄

 

내용: 그 있잖아 춤 영상 올리고 친구랑 같이 찍은 사진 올리는 사람. 페북 주인은 춤 존나 잘 추고 친구 개 잘생긴 사람이고. 오늘 봤는데 ㄹㅇ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아 지금도 손이 덜덜 떨리는데 얘네 되게 뭐라 해야하지 의미심장하다 해야 하나. 아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음. 진짜 친구 실물 보고 뒤로 넘어갈 뻔 만약 걔가 아이돌 했으면 내 인생베팅 할 정도로 잘생겼음. 그리고 그 춤 잘 추는 걔도 실물로 봤는데 영상처럼 귀엽게 생겼는데 잘생겼음. 아니 근데 이게 문제가 아니라 얘네 부르는 호칭이 색시임;;;; 진심 처음에 색시야 하고 부르는데 그거 듣자마자 내 두 귀를 의심했다. 아 내가 잘못 들었나 보네 했는데 계속 색시야 이럼. 심지어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침. 나중에 돼서야 미쳤냐고 막 등짝 때리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호칭이 진짜 자연스러움. 이름은 한 번도 안부르고 그 잘생긴 애가 춤추는 애한테 계속 색시라고 그럼 색시야 색시야 그러는데 이거 진짜 ㄹㅇ 주작 아님. 얘네 지인 없냐? 진짜 원래 이럼? 순간 ㄹㅇ 당황해가지고;;

 

아 맞아 그리고 둘이 갑자기 막 말싸움 하는데 그 잘생긴 애가 춤추는 애 페북 하는 거 싫어하는 것 같았음. 맨날 자기 얘기 안듣는다고 뭐라더라 막 남이 색시 보는 거 싫다고 그랬나? 나 ㄹㅇ 지어내는 거 아님 질투 난다면서 그래가지고 춤추는 애가 무슨 질투냐고 적당히 해야 귀엽지 이러니까 귀여워 해준 적도 없으면서 이러고 ㄹㅇ 내 표정관리가 안되더랔ㅋㅋㅋㅋㅋㅋ 진짜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내 친구들 보는데 내 친구들도 표정이 말이 아닌 걸 보고 아 현실이구나 했음. 뭔가 사랑싸움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우리가 괜히 끼어들었나 싶기도 하고 하여튼 좀 그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상 아님 진짜로 못 믿을 수도 있는 거 아는데 백퍼 실화임. 아 존나 답답하다 이건 실제로 들어봐야 앎 정확히 내용은 기억 안나는데 춤추는 거 남이 보는 거 싫다는 식으로 얘기 한 거랑 귀여워 해준 적도 없으면서 저건 진짜임

 

아 근데 진짜 잘생겼더라. 얘네 셀카 대박이다 얼굴 대박이다 그러는데 실물 보는 순간 폰 던질 뻔 진짜 카메라가 거지같음. 실물이 훨씬 훨씬 잘생김. 왜 아이돌 팬들이 자기 가수 실물이 더 잘생겼다고 카메라가 실물을 못 담는다 그 얘기 할 때마다 코웃음 쳤었는데 얘네들 보고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됨. 진짜 셀카 다 지워버려야 함. 너무 잘생김. 아 어쩌다 외모찬양이 됐는데 어쨌든 결론은 얘네 색시라고 부르는 사이ㅇㅇ 교복 때문에 학교도 우연히 알게 됐는데 와 걔네가 입어서 그런지 교복도 존나 까리함. 우리학교는 존나 촌스러운데. 어쨌든 왜 페북스타인지 알 것 같더라.

 

 

 

댓글

 

 

헐 대박

 

혹시 ㅂㅈㅁ?

 

그 페북 스타가 누군데? 나만 모르겠나ㅠㅠㅠㅠㅠㅠ

 

   ㄴ 박지민 김태형

 

아 누군지 알 것 같다 걔네 우리 동네에서 개 유명함 아마 우리 동네 애들은 걔네 모르는 애들 없을 걸

 

   ㄴ 나도 그 동네 사는데 앎ㅋㅋㅋㅋㅋㅋㅋ 걔네 진짜 유명함 그 잘생긴 애가 춤추는 애한테 색시라고 부른다고

 

   ㄴ 나도 앎ㅋㅋㅋㅋㅋ 특히 같은 학교 다녔으면 빼박 다 앎 모를 수가 없음 맨날 색시 색시 그럼

 

대박이다 무슨 인소도 아니고ㅋㅋㅋㅋㅋ

 

ㅇㅇ 맞음 같은 학교인데 그 잘생긴 애 춤추는 애한테 맨날 색시라 그럼 내가 걔네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였는데 그 잘생긴 애가 춤추는 애 이름 부른 걸 들어본 적이 없음

 

   ㄴ ㄹㅇ? 무슨 벌칙 같은 거 아니고?

   

       ㄴ ㄹㅇ임 벌칙 아님 그냥 옛날부터 그렇게 불렀다고 들었음 친하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와 보통 남자들끼리 그런 별명으로 부를 수가 있나? 둘이 몇살인데?

 

   ㄴ 몇 살인지는 모르겠고 고등학생임

 

   ㄴ 고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같은 학교 다니는데 진짜 가끔씩 복도에서 색시야!!! 이러면서 막 다 울리도록 소리치는 거 들리고 그럼 둘이 좀 자주 싸우는데 막 싸우는 소리 들리고ㅋㅋㅋㅋㅋ 얘네 보면 ㄹㅇ 시트콤

 

뭔데 솔직히 여기 댓글 못 믿겠다ㅋㅋㅋ 무슨 고딩 둘이 색시라고 부르고 그걸 듣고서 가만히 있음ㅋㅋㅋㅋ 같은 학교 다니는 애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음ㅋㅋㅋㅋ

 

   ㄴ 모르면 가만히 있으셈ㅋㅋㅋㅋ 얘네 엄청 애기 때부터 친구였고 그 잘생긴 애가 애기 때부터 춤추는 애한테 색시라고 부르고 다니는 거 걔네랑 같은 학교 다니는 애들이라면 거의 다 아는 유명한 얘기임ㅋㅋㅋ 

 

       2222 존나 유명함 학기 초만 되면 춤추는 애가 애기 때부터 그렇게 불렸다고 해명하고 다님ㅋㅋㅋㅋㅋㅋ

 

           ㄴ 뭔데 해명하고 다닌다는 거 왤케 귀엽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사귀어?

 

   ㄴ 돌직구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2222 진짜 무슨 대화만 들으면 사귀는 수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다 같은 학교 다닌데ㅋㅋㅋㅋ 여기 무슨 그 학교 애들 밖에 없나ㅋㅋㅋ

 

    쟤네 색시라고 부르는 거 고등학교 말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같이 다녔던 사람들 다 앎 개 유명함

 

얘네 사실 페북으로 유명해지기 훨씬 전부터 우리 동네에서 좀 유명했었음 생긴거랑 춤 추는 것도 그렇고 색시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나 같은 학교였던 적은 없는데 색시라고 부르는 건 알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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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올라오는 거 보면 가끔 겁나게 붙어서 찍긴 하던뎈ㅋㅋㅋㅋㅋ 사귀는 거 아니면 썸타냐

 

   ㄴ ㄹㅇ 저 정도면 최소 썸 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

 

아 얘네 학교생활 하는 거 보면 진짜 웃겨 뒤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학교인 걸 너무 감사하고 있음 근데 본문 글처럼 그런 일도 엄청 많음 가끔 친구들끼리도 쟤네들은 무슨 사이인가 논쟁이 붙을 정도로ㅇㅇ 아 썰 풀고 싶다 진짜 웃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와 존나 궁금하다 얘네 학교생활 어때? 나 페북스타 이런 애들 실제로 어떻게 생활하는지 뭔가 궁금함

 

       2222

 

       333333

 

   ㄴ 와주면 안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하닼ㅋㅋㅋㅋㅋㅋ

 

진짜야? 댓글 다 짜고 치는 거 아님? 아 왜 이렇게 못믿겠지...

 

   222... 솔직히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무슨 팬픽도 아니고...

 

       ㄴ 진짜 얘네 영상 찍어서 너한테 보여주고 싶다 얘네는 상식으로 이해하면 안됨 특히 잘생긴 애는ㅇㅇ

 

           ㄴ 생긴 것부터 상식을 벗어나게 잘생겼음

            

               ㄴ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아 존나 터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진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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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런 고딩물 좋아하시나봐요
제 창고에 들어오시는 분들 중에
거의 남고생으로 많이 들어오심ㅋㅋㅋㅋㅋ
기다리신 분들 있을진 모르겠지만
늦어서 죄송합니다...
확실히 현생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시간적 여유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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