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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남고생의 일상 9-1

길/남고생의 일상 (完)


1. 수학여행

 

와하하하하핳 씨발 수학여행이다!!!

 

정우의 큰 소리에 버스 안에 있던 반 친구들이 와아아아!!! 소리 질렀다. 기분 좋은 건 알겠지만 기사님 운전 하시는데 너무 큰 소리는 안된다. 선생님의 말씀에 정우가 제일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겠슴다!!

 

 

멀미약 붙였어?

 

.

 

먹는 멀미약도 먹었지?

 

.

 

아침은. 아침은 먹고 왔어?

 

먹었어.

 

뭐 먹었어? 많이 먹었지? 배 든든해?

 

. 많이 먹었어. , 그만 좀 해.

 

 

지민은 짜증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휘저었다. 아예 눈을 감고 버스 차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태형은 몸을 더 빼며 지민의 얼굴을 바라봤다. 색시 멀미 할 것 같으면 바로 말해야한다. 알았다니까! 지민은 아예 태형의 볼을 밀어냈다. 진짜 차만 타면 유난이야, 으휴 으휴! 지민은 아예 팔짱을 끼고 차창에 고개를 댄 채 눈을 감았다. 색시가 얼마나 멀미를 심하게 하면 내가 다 이러냐! 태형이 크게 소리쳤다. 지민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태형을 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차창 흔들려, 내 어깨에 기대. 태형은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의자 등받이에 등을 딱 붙여 앉았다. 지민은 자세를 바꾸어 그의 어깨에 머리를 뉘었다.

 

빡찜 멀미함? 지민과 태형의 뒤에 앉아 있던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내려다봤다. , 색시 멀미 겁나 심하니까 앞으로 말 걸지마. 태형의 대답에 어깨에 기대고 있던 지민이 팍 고개를 들었다. 나 그렇게 안심해. 태형이 피식 웃었다. 안 심하기는.

 

 

진짜 조금만 차 덜컹거려도 헛구역질 오진다니까.

 

내가 언제!

 

언제라니. 매 번 차 탈 때마다 나한테 토 하고 난리도 아니었으면서.

 

!... 씨이...

 

 

지민은 할 말이 없어 다시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으이구. 태형은 지민의 머리를 밀듯이 쓰다듬었다.

 

와 진짜 수학여행을 제주도로만 가면 딱 좋았을텐데. 그러니까 말이야. 정우의 말에 태형은 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대꾸했다. 으응... 지민이 몸을 뒤척이자 손가락만 움직이던 태형이 움찔 멈추었다. 숨도 다 멈추며 힐끗 지민을 쳐다봤다. 태형의 팔을 껴안은 채 자고 있던 지민은 그의 팔을 더 세가 껴안았다. 태형은 결국 게임을 닫고 좀 더 편한 자세로 바꾸었다. 지민의 볼이 제 어깨에 눌리면서 땡땡해졌다. 태형은 가만히 지민을 내려다보다가 다른 손을 들어 그의 볼을 살짝 찔러봤다. 몰랑한 볼이 폭 들어갔다. 태형은 두어 번 더 찔러봤다. 제 힘에 따라 콕콕 들어가는 볼의 느낌이 좋았다. 말랑말랑하네. 태형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손을 더 높이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태형의 손길에 따라 사르륵 넘어갔다.

 

어휴 씨발 우리 학교도 진짜 징하다. 정우가 투덜거리면서 버스에서 내리자 태형이 그의 머리를 툭 치면서 내렸다. 한옥마을이 어때서. 정우가 태형을 노려봤다.

 

 

너는 그럼 이 나이 먹고 한옥마을에 수학여행 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한옥마을만 가는 거 아니잖아.

 

경주도 똑같아, 씨발! 무슨 중학생이냐? 경주로 수학여행 가게?

 

태태.

 

 

태형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정우의 말도 다 튕겨내고 바로 고개를 들렸다. 어휴,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없네. 정우가 민망함에 혀를 쯧 찼다.

 

왜 불렀어? 태형이 물어보기가 무섭게 살짝 휘청거리는 지민에, 태형이 깜짝 놀라 두 손으로 그를 부축했다. 어지러워? 어쩐지 다급한 태형의 목소리에, 지민은 태형에게 몸을 기댄 채 손만 내저었다. , 계속 말 시키지마 토할 것 같으니까. 버스 계단 덕에 살짝 위에 있는 지민의 허리를 감싸 안은 태형은 그대로 힘을 줘 안아 들었다. 지민은 화들짝 놀라며 급히 태형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으차차, 색시 진짜 손 많이 가는 거 알지? 지민은 그의 말에 머리를 콩 때렸다. 내가 네 손 빌린 적 있냐? 어이가 없어.

 

태형은 천천히 지민을 내려주었다. 야 버스 앞에서 연애질 그만하고 빨리 나와, 새끼야. 뭐 씨발? 뭔 연애야!! 지민이 뒤돌아 빽 소리를 질렀다. 어휴 저 성질머리는 언제 죽냐. 귀를 후비며 버스에서 내리는 친구를 죽일 듯 노려보던 지민은 흥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한옥마을은 자유 시간이었다. 아이들 모두 제각기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지민도 눈을 빛내며 기웃 거리기 시작했다.

 

 

뭐하냐.

 

, 내가 봐 둔 한복집이 있는데...

 

 

태형의 물음에 대충 대답한 지민은 이내 폰을 들어 검색까지 하기 시작했다. 태형은 그대로 팔짱낀 채 짝다리를 짚고 서서 지민을 내려다 봤다. 한복 입게? 당연하지! 태형의 물음에 지민이 큰소리쳤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복 빌려 입고 돌아다니는 게 낫지. 태형은 지민의 머리만 긁적였다.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빌리자.

 

안돼. 내가 예쁜 거 봐놓았단 말이야. 너랑 진짜 잘 어울린다고.

 

? 내 것도 봐놓았어?

 

너 아까부터 계속 당연한 소리만 할래?

 

 

태형은 입을 다물고 지민을 따라갔다. 아 찾았다! 지민은 저 앞에 있는 한복집을 발견하고 후다닥 뛰어 가게로 훅 들어갔다. 엄청 설레 하네. 그의 뒷모습에서도 느껴지는 설렘에 태형은 피식 웃었다. 한옥마을로 설레 하는 고2는 아마 쟤 밖에 없을 거다. 야 빨리 오라고! 가게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하는 소리에, 태형은 발걸음을 더욱 빨리 옮겼다.

 

아이고 지민이가 한복을 잘 골랐네. 한복집 주인이 호들갑을 떨며 한복을 꺼냈다. 그쵸 그쵸 이모, 이 애가 얼굴이 또 끝장나서 뭘 입어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지민이 의자에 반대로 앉아 등받이에 팔을 얹은 채 조잘거렸다. 언제 또 지민이랑 이모가 됐대. 태형은 그의 친화력에 혀를 내두르며 한복을 받아들었다. 이모, 이모가 저한테 서비스 준다고 했잖아요오. 지민이가 말꼬리를 늘이며 말했다. 그럼 그럼, 이미 빼놨지. 이모는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김태 너 그거 입어봐. 지민의 말에 태형은 자신이 들고 있는 한복을 쭉 내려다봤다.

 

 

색시야.

 

? 야 시간 없어 빨리 입고 사진 좀 건져야 할 거 아니야.

 

색시 애교 되게 많더라.

 

뭐래.

 

막 그렇게 말꼬리 늘일 줄도 알고. 아 뭐 하긴, 색시는 원래 애교가 많았지.

 

너 진짜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아까부터 계속 뭔 헛소리야.

 

나한테는 안 그렇게 해주면서.

 

 

투덜대는 듯한 태형의 말투에 지민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너 진짜 미쳤냐? 내가 돌았다고 너한테 그렇게 말하겠냐. 태형은 입술을 삐죽이며 한복만 만지작거렸다. 빨리 입고 나와, 나도 입고 올게. 지민은 제 한복을 입고 탈의실에 들어갔다. 태형은 멍하니 서 있다 지민이 들어가자 자신도 후다닥 옆 탈의실로 들어갔다.

 

한복을 입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일이었다. 얼추 옷을 걸치기는 했지만 옷고름이 문제였다. 이리저리 매보다가 결국 옆 벽을 똑똑 두들겼다.

 

 

.

 

색시야 이거 옷고름을 못 매겠는데.

 

내가 해 줄테니까 대충 입고 나와.

 

색시 다 입었어?

 

그냥 내가 네 쪽으로 갈게.

 

 

잠시 후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태형은 잠금장치를 풀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지민에, 태형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헐 색시야... 너무 심장에 무리가 와. 지민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나 참 또 실없는 소리 하기는.

 

한복은 매듭을 잘 지어야 예쁘니까. 지민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야무지게 매듭을 묶기 시작했다. 태형은 꼼지락 거리는 지민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요즘은 이런 거 잘 나오지 않아? 왜 이렇게 묶는 옷으로 골랐어.

 

이렇게 제대로 된 게 더 예뻐.

 

 

태형은 입을 다물었다. 색시가 이쁘다는데 그럼 색시 말대로 해야지. 직접 묶어주기까지 하는데. 저 조그만 손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걸 가만 보던 태형은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뭐야, 왜 그렇게 웃어. 지민은 다 묶은 고름을 다듬으며 말했다. 색시야. 태형의 나직한 부름에 지민은 그를 올려다봤다. . 태형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지민아. ! 어디선가 들리는 주인 이모의 목소리에 지민이 크게 대답했다. 이거 서비스야. 지민은 서비스라는 말에 옷고름도 내팽개치고 후다닥 달려갔다. 순식간에 혼자 남은 태형은 왠지 모를 뻘쭘함에 옷고름 끝만 만지작거렸다.

 

 

원래 이거 비싼데 이모가 특별히 서비스로 해주는 거야.

 

감사 합니다 이모!

 

 

지민은 조심히 받아들고 해맑게 뛰어왔다. 한복을 입은 채 멀리서 달려오는 그를 보던 태형은 팔짱을 낀 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이 형님의 힘이다.

 

형님은 무슨, 까분다.

 

 

태형은 지민의 얼굴을 확 쓸어내렸다. 아 그거 하지말랬지! 지민은 빽 소리를 질렀다. 그거나 내놔. 태형은 지민의 손에서 갓 하나를 뺏어 들어 대충 머리에 썼다. 야 그거 먼저 아니야. 지민이 망건을 건넸다. 태형은 그것을 어색하게 받아들었다. 그거 일단 써. 지민이 제 망건을 머리에 둘렀다. 태형은 지민을 힐끔힐끔 보며 그를 따라 망건을 두르기 시작했다. 앞머리 튀어나오게 하지마. 태형은 삐죽삐죽 튀어나온 앞머리를 망건 안으로 꾹꾹 밀어 넣었다. 지민은 자연스레 갓 끈을 묶었다. 태형은 자세히 보면서 어수룩하게 따라하다 결국 포기했다. 색시야... 태형이 작게 그를 불렀다. 지민은 그를 힐끗 봤다. 갓 끈을 양 손으로 잡고 멀뚱히 자신을 보고 있는 태형의 눈이 반짝반짝 하기만 했다. 제 갓을 다 묶은 지민은 태형의 갓도 묶어주기 시작했다. 턱 부근이 간질간질했다.

 

둘은 나란히 거울 앞에 섰다. 지민은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옷을 확인했다. 어때? 나 어울려? 지민의 물음에 태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예뻐, 색시랑 잘 어울리네 색이. 태형의 말에 지민은 기분이 좋은지 흐흫 웃으면서 한번 사르르 돌았다. 그가 입은 옷자락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사라락 휘날렸다. 태형은 뒷짐을 진 채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때, 옷 예쁘지? 허리를 살짝 숙여 눈높이를 낮춘 채 그를 올려다보는 지민에, 태형은 흠칫 놀라 몸을 살짝 뒤로 뺐다. , 진짜 예쁘다니까.

 

 

지민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몸을 돌려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사라락 사라락 옷 소리가 났다. 우리 거울 앞에서 한번 찍자. 지민이 태형의 팔을 끌어 양 옆으로 섰다. 야 찍는다, 끝장나게 멋있는 얼굴로 찍어. 지민이 폰을 들어 거울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나, , . 에 맞추어 태형이 지민의 어깨에 팔을 휙 둘렀다. 끄아아 너무 예뻐. 지민은 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야 빨리 나가자. 잔뜩 들뜬 표정으로 제 손목을 잡아끄는 지민에, 태형은 주체 없이 끌려 나갔다.

 

내가 도령 한복이랑 어른 한복 중에 고민 했거든. 태형은 조잘조잘 거리는 지민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무래도 이게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이거 했지. 태형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색시는 도령 한복 하지, 나는 이거 하고. 태형의 말에 지민은 태형을 힐끗 올려다봤다. 장난하냐? 나만 그거 입으면 나 완전 형 따라 놀러 온 애로 보일걸. 지민의 말에 태형이 빵 터져 끅끅거렸다. 웃지마, 새끼야. 지민의 말에 태형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지민이 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높이 들어올렸다. , 일단 붙어. 태형은 자연스레 그의 옆에 딱 붙었다. 익숙하지 않은 옷차림에 갓까지 쓰고 있어 위치 잡는데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어찌저찌 예쁘게 셀카 잘 찍었다. 오늘 뭔가 사진 잘 나오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지민의 표정이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이라, 태형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햇살도 바람도 배경도, 모든 게 완벽했다.

 

 

 

태형아 나랑도 같이 사진 찍자.

 

지민은 아까부터 다가오는 반 친구와 태형이 사진을 찍어주느라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양반집 도련님 같은 비단결 고운 옷 입고 뒷짐 진 태형이 멋있긴 했다. 내가 고르긴 했지만 너무 잘 골랐나. 지민은 투덜대면서 대충 한 방 찍고 됐다며 손을 저었다. 한 명 찍어주면 또 다른 한 명이 오고, 또 찍어주면 또 한 명이 찍어 달라 하고 구경할 틈도 없었다. 이게 뭐야 진짜. 지민은 폰을 내리면서 투덜댔다. 멀리서 보고 있던 태형이 지민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싫으면 거절하면 되지 뭘 다 해주고 있어. 태형이 손을 뻗어 한복 소매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지민은 쭈그려 앉은 채 고개만 살짝 들어 태형을 올려다봤다.

 

확실히 그림이 예쁘긴 하더라. 뜬금없는 지민의 말에 태형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자 한복이랑 같이 서 있으니까 되게 잘 어울리더라고. 지민은 태형의 폰에 있는 사진들을 넘겨보며 말했다. 태형은 그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런 힘에 지민은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우리도 찍어 달라고 하자. 지민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걷던 태형은 방금 같이 찍었던 여자를 불러 세웠다. 우리 좀 찍어줘. 지민이 태형의 손을 살짝 뿌리쳤다. 아파, 그렇게 안잡아도 어디 도망 안 가. 태형은 멋쩍은 듯 살풋 웃었다. 저어기 담벼락 쪽으로 가 봐, 예쁘게 찍어줄게. 그녀의 말에 태형과 지민은 담벼락 쪽으로 걸어갔다. 예쁘게 핀 개나리가 담벼락을 넘어서 흐드러져 있었다. 색시 한복 색이다. 태형이 개나리를 살짝 건들면서 하는 말에 지민이 힐끗 제 한복을 내려다 봤다.

 

 

나랑 잘 안어울리나?

 

아니. 예쁜데.

 

야 나도 멋있다는 말 듣고 싶거든? 아까부터 계속 예쁘다고만 하고. 너만 멋있다고 그래, 애들이.

 

 

어쩐지 풀 죽은 듯한 지민의 목소리에 태형이 키득거렸다. 그래, 색시도 엄청 멋있어. 어쩐지 엎드려 절 받은 기분이라 지민은 뾰로통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 너희들 좀 더 붙어봐! 멀리서 소리치는 말에 지민이 옆으로 한발 짝 다가갔다. 어떻게 서야 예쁘게 나오지. 지민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색시야. ?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마자 확 당겨진 몸에 지민의 동공이 커졌다. 순식간에 맞닿은 상체와 가까워진 태형과의 얼굴과, 허리께에 느껴지는 단단한 팔뚝에 너무 놀라 딸꾹질까지 했다.

 

찍었어? 여자에게 큰 목소리로 물어본 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듯 크큭 웃었다. 야 이 새끼야 깜짝 놀랐잖아! 지민이 그의 팔을 퍽퍽 때렸다. , 아파! 아프다면서도 실실 웃는 태형의 얼굴이 너무 얄미워 지민은 그를 세게 밀어냈다. 태형은 쉽게 밀려났다. 여자가 태형의 폰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그림 죽이던데, 나도 모르게 셔터 눌렀다 야. 무슨 소리인가 싶던 지민은 사진을 보자마자 경악을 했다. 야 뭘 이런 걸 찍어! 거칠게 폰을 뺏은 지민이 재빨리 사진을 지우려 하자 태형이 홱 폰을 낚아챘다. 뭐야! 고개를 드니 태형이 손을 위로 쭉 뻗은 채 폰을 흔들고 있었다.

 

 

이거 내 폰이고, 사진은 내 폰 안에 있으니까 사진도 내 거고.

 

? 야 그건 좀 아니잖아!

 

뭐가 아닌데?

 

...

 

존나 예쁘게 나왔는데? 날씨도 완벽하고 배경도 완벽하고 사람도 완벽하고.

 

자세가 안완벽해. 그게 뭐야 진짜 낯부끄럽게!

 

그림, 예쁘지 않아?

 

 

갑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는 태형에, 여자는 순간 놀랐다. ...어어, 예뻐. 왠지 그렇게 대답 안하면 안될 것 같은 태형의 표정에, 여자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니 씨발 이건 꼭... 지민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이건 뭐? 태형이 되물으면서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짓는 표정이 짜증난다. 언젠가 내가 저거 지운다. 지민은 이만 부득부득 갈며 태형을 노려봤다.

 

 

 

태형은 아마 이 한옥 마을에서 제일 사진 많이 찍힌 사람일 것이다. 갓을 써도 그 얼굴이 가려지지는 않는지, 같은 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왔다. 처음 몇 번은 거절하기도 뭣해서 같이 찍어주다가 이내 귀찮아졌는지 다가오는 사람마다 죄송하다며 재빨리 빠져 나오고는 했다. 몰래 찍는 사람도 분명 있었다. 지민은 그게 못내 마음에 안들었다. 아니 초상권도 안배웠나, 뭐 저렇게 몰래 찍어. 지민이 고개까지 돌려 사람들을 몰래 노려보면, 태형은 그의 볼을 잡고 앞으로 돌리고는 했다. 그러다 넘어진다, 앞 보고 다녀야지. 지민은 태형을 쭉 훑어봤다. 참 저렇게 이목구비 뚜렷하게 생겨서는 한복도 찰떡같이 어울린다. 지민은 갑자기 후다닥 앞으로 뛰어가더니 뒤돌았다. 태태, 거기 있어봐. 지민은 재빨리 폰을 든 채 제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뒷짐 져봐. 그의 요구대로 태형은 뒷짐 진 채 지민을 바라봤다. 지민은 두어장 사진을 찍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색시야, 너도 제대로 서 봐. 태형의 말에 지민도 뒷짐 진 채 섰다. 너무 잘 나왔어. 태형의 말에 지민이 후다닥 다가왔다. 어디 어디? 지민도 사진을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카톡으로 줘. 그의 말에 태형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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