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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사진작가 정국이 카페사장 지민이

둘은 지금 사귀고 있고 동거도 같이 함. 짐니는 오랫동안 파티셰 공부 하다가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면서 호텔 들어가려는 것을 포기하고 따로 카페 차림.

짐니는 정말 전망 있는 파티셰였음. 여러 호텔에서 오라고 러브콜 보내온 적도 있었고 해외 유학도 보내준다고 한 곳도 있었는데 짐니는 많이 고민 하다가 결국 정국이를 택한 것.

꾸기는 대학 졸업 예정자인데 처음에 사진은 그냥 취미였음. 취미로 찍고 블로그 같은데 사진 한장이랑 짤막한 글 하나랑 이렇게 올리고는 했는데 그 블로그가 대박남. 꾸기는 사진 찍는 것이 취미라고는 했지만 그 사진으로 먹고 살 정도의 돈이 들어와서 거의 부업 수준임.

정국이는 포토 에세이를 몇 권 낸 적이 있었음. 그 포토 에세이도 엄청 대박이 나서 블로그는 더욱 유명해짐. 그래서 아예 촬영 제의 들어온 적도 있었음. 정국이는 거의 거절하다가 가끔 마음에 드는 일이면 하고 그럼.

블로그나 포토 에세이에 올리는 사진은 거의 지민이와 관련된 사진임. 지민이 카페 사진, 지민이가 만든 과자나 케이크 사진, 지민이가 제과를 하고 있는 뒷모습이나, 지민이가 자고 있는 모습이나 뭐 그런것들. 물론 지민이 얼굴은 아예 나오지 않은채로 그냥 그 실루엣이 나오는 정도로. 그런 사진도 그냥 찍는게 아니라 되게 힐링 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짐. 덕분에 지민이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도 엄청 많았음. 카페 사진이 워낙 분위기 있게 나왔어야지. 원래 유동인구 많은 곳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단골만 오던 작은 카페였는데 점점 오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지민도 의아하긴 했음.

정국이는 지민이에게 사진 한 장, 책 한 장 보여준 적 없음. 만약에 그런것들을 보여주면 지민이는 이때까지 자신의 카페와, 디저트, 그리고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 곳곳에 퍼진 것에 경악을 할게 뻔함. 어쩌면 다시는 그런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할지도. 제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을 찍는 것은 정국이의 유일한 취미임. 이 사람이 내 사람입니다 자랑 겸 올린 것임. 지민이 두 손 들어 반대 해도 절대 무를 생각은 없음. 그럴 바에는 자신이 어떤 사진을 올리는지 비밀로 하는게 나음. 그래서 정국이는 지민에게 보여주는 사진과 인터넷이나 에세이에 올리는 사진이 다름.


너 졸업하면 뭐 할거야? 지민의 물음에 정국이는 지민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고민함. 음 아직까지는 생각 없는데요, 그냥 사진 찍으면서 살까.
에, 너 사진 그냥 취미로 하는 거라며. 취미로 지민이 형 사진 찍으면서 살면 얼마나 좋아.


지민이네 카페는 나름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었음. 여러군데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지민답게 디저트 하나는 끝내주게 잘 만듦. 커피도 맛있음. 게다가 정국의 대학교 근처에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자주 옴. 따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와중에 정국이가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

카페가 카페인지라 남자손님 보다 여자손님이 더 많음. 처음에 다들 카페 분위기 보고 반하고, 앞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디저트 종류에 반하고, 은은하게 나는 디저트 향과 커피 냄새에 또 반하고, 카운터 앞에 서 있는 귀여운 알바생한테 또 반하고. 근데 알고보니 알바생인줄 알았던 그 사람은 디저트와 커피를 만드는 이 카페 사장이었고. 아니 엄청 어려 보이는데 카페 사장이었다니, 능력까지 있음. 이 카페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카페 별명은 개미지옥임. 한번 이 카페 들어오면 끊을 수 없다고.

정국이는 웬만큼 중요한 일 아니면 거의 매일 카페에 와서 지민이 카페 마감할때까지 있음. 여자들이 99%인 이 카페에 정국이가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서 자기 할 일 하고 있으니까 중에는 정국이 보려고 오는 사람들도 있음. 그 카페에 엄청 잘생긴 남자가 매일 같은 자리에 있다? 가끔 사장님이랑 얘기 하는 거 봐서는 둘이 친한 것 같아.

정국이는 가끔 사진 올렸던 것을 후회함.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진도 좀 잘 나왔고, 우리 지민이형 자랑 좀 하고 싶어서 블로그 파서 올린 것 뿐인데 이렇게 유명해질줄은 꿈에도 몰랐음. 아무것도 없이 사진만 몇장 올린 것 뿐인데 대체 어떻게 블로그 유입되는지 신기할따름. 카페에 거의 매일 오는 이유도 지민이 보러, 지민이 일 하는 거 보러, 지민이한테 다가오는 사람 감시하러임.

가끔 보면 꼭 카운터에서 지민에게 찝적대는 사람이 있음. 정국이는 그럴때마다 속에서 질투심이 마구 끓어오름. 아니 저 형은 왜 안내쳐? 왜 웃어줘? 뭐가 좋다고 웃어줘? 여기 버젓이 애인이 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는데!

지민은 사업 하는 입장에서 자주 오는 단골이 소중함.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데.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차갑게 내치기도 뭣함. 자신 같은 개인 사업자는 입소문으로 먹고 사는것임. 가끔 정국이가 그런걸로 투덜대는데 그럴때마다 지민은 정국이 달래주느라 힘을 다 뺌.


형 왜 계속 웃어줘요? 내가 웃어주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서비스업인데 웃지 말라니.
걔는 손님이 아니라 찍접대러 온거잖아요.
...너 그냥 카페 오지마.
왜요. 나 안오면 무슨 짓 할 줄 알고?
내가 뭐 할 사람으로 보이냐?
형은 안하는데 다른 여자들이 하니까 그러죠! 가지마, 카페 가지마. 알바 구해.
아니 그 조그만 카페에 알바가 뭐가 필요 하다고. 괜히 쓸데 없는데 돈 쓸 필요 없잖아...
돈이 문제였어요? 나 돈 많아. 난 돈 보다 형이 더 걱정 돼.


정국이는 지민이를 엄청 아낌. 그래서 지민은 웬만하면 정국이 앞에서 정국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안 함. 이를테면 요리 같은 거. 가끔 칼 잡으면 정국이는 그때부터 부엌을 알짱거리며 안절부절함. 형 그냥 내가 썰까요? 아, 형 지금 칼질 위험한 것 같은데. 형 그낭 내가 요리 한다니까.

그래서 지민은 카페에서만 일 하고 집에서는 거의 몸을 안움직임. 나는 어차피 사진만 찍어서 하는 일 없어요, 형까지 집안일 할 필요 없어. 정국이가 너무 단호하게 그렇게 말해와서 나중에는 결국 지민이 포기함. 정국이는 고집이 오져서 지민이 져주는 경우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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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청게 클리셰 4

33. 태형은 자신의 마음을 직접 지민에게 말할 생각이 없다. 찢어 죽여도 절대 제 입에서 먼저 말할 일은 없을 것이다. 태형이에게 지민은 이 미묘한 감정 보다 더 큰 존재였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모든 것을 묶을 수는 없었다. 태형은 대체 이게 무엇일까 수 없이 고민 해봤지만 딱히 답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34. 지민은 딱 그만큼 자신에게 소중하고 중요했다. 만약 제 마음을 알아차리고 혹시나 지민이 자신을 떠나 버린다면, 나는 더 이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태형은 생각했다.


35. 요새들어 묘한 일이 많아졌다고, 지민은 생각했다. 그 묘한 일이 제 입으로 말하기에는 민망했다. 물론 제 착각이겠지만 요즘들어 태형이가 자신을 민망할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볼 때가 있었다. 눈은 살짝 풀린채 나른한 표정으로... 아, 아니. 무어라 설명을 못하겠다.


37. 태형의 눈은 참 묘할때가 있었다. 무언가 집중할 때.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특히 그런 눈빛이 나온다. 지민은 그때의 태형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태형을 본 적이 많이 없겠지만, 혹시나 여자들이 그런 태형의 얼굴을 본다면 더 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38. 내가 여자였으면 친구고 뭐고 바로 너한테 고백했을지 몰라, 잘생겨서. 지민은 고백을 거절하고 돌아오는 태형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매일 너한테 절 할걸? 이런 얼굴로 자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랑 친구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민은 마구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 옆에 이렇게 잘생긴 친구가 있다니, 자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애.


39. 네가 만약 여자였다면 진짜 나한테 고백 했을거야? 태형은 되물어 봤다. 그럼 당연하지. 너처럼 생긴 애가 매일 내 옆에 붙어 있는데, 한번쯤은 고백 해 보지 않겠냐? 지민이 대답했다.


40. 왜 고백해? 그냥 잘생겨서 고백하는 거야? 태형의 다른 물음에 지민은 살짝 당황했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래. 그냥 장난이었다고 말하기에는 태형의 표정이 더 없이 진지해, 지민은 그런 말 할 타이밍도 놓쳐 버렸다. 가끔 태형은 이상한데 꽂혀서 끈질기게 물어보곤 했었다. 이번에도 그런건가. 태형의 물음에 지민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41. 네가 좋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붙어다니면서 좋은 꼴, 못볼 꼴 다 봤는데 네가 좋은 놈이란 걸 알아서. 그래서 고백하겠지? 지민은 자기가 느낀 그대로를 말했다.


42. 내 어디가 좋아? 태형의 또 다른 물음에 지민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너무나 진중한 표정으로 목소리 까지 착 가라앉은채 말하는 태형을 보니, 갑자기 말이 목구멍에서 턱 걸린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제 양팔을 잡고 얼굴도 살짝 들이민채 물어오는 태형은, 남자인 제가 봐도 말이 안나올 정도로 잘생겼다. 지민은 당황했다. 내 어디가 좋냐니. 갑자기 그런 질문을 들으니 꿈 속에서 확 현실로 돌아온 것 처럼 정신이 깨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좀 전에 한 말은 제가 생각해도 오해할 만한 발언이었다.


43. 그, 글쎄. 여자가 보는 너랑 남자가 보는 너랑 조금 다르지 않을까? 내가 여자가 안되어 봐서 모르겠네... 지민은 어물쩍 넘기며 제 팔을 잡은 태형의 손을 살짝 치웠다. 태형은 그런 지민의 팔을 더 꽉 잡았다. 난 그딴거 상관 없고, 그냥 너한테 물어본 거야.


44. 왜 좋냐니... 지민은 그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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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청게 클리셰 3




24. 박지민과 김태형은 5살 때 놀이터에서 처음 만났다. 지민의 부모님은 바쁘셔서 항상 집에 안계셨다. 지민은 혼자서 놀이터에 노는 일이 많았다. 지민이 사는 동네 놀이터는 노는 아이들이 많이 없어서 지민은 그곳에서도 혼자였다.


25. 혼자서 그네를 타며 놀고 있었는데 놀이터 앞에 웬 차가 멈추더니 한 아이가 내려 놀이터로 달려 왔다. 지민은 그네를 높이 띄우기 위한 발돋움을 멈췄다. 그네는 천천히 멈추었다. 아이는 지민의 앞에 섰다. 내가 그네 밀어줄까? 이것이 지민과 태형의 첫만남이었다.


26. 지민은 태형과의 첫만남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지민에게는 태형의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다. 아무도 없는 빈 놀이터에서 외롭게 놀던 자신의 앞에 태형이 갑자기 나타난 격.


27. 태형도 지민을 처음 본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있다. 지민에게는 한번도 말한 적 없지만 태형은 어린날,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지민에게서 자신을 보았다. 그래서 태형은 충동적으로 지민에게 다가갔다.


28. 그 어린날에는 잘 몰랐겠지만 13년이나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내 모습도 저럴까, 갑자기 안쓰러워져 본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 혼자 있는 너를 위로하기 위해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29. 지금 지민의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태형은 지민이 가버리면 여전히 외로웠다.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온전한 김태형으로 봐주지 않았다. 김태형은 그 어린애에서 자란 것이 없었다.


30. 지민은 태형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 태형이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것도, 그래서 자신에게 집착을 한다는 것도, 태형은 자신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자부했다. 아마 태형이의 부모님도 모르는 것도 난 다 알고 있을걸? 내가 태형이를 제일 잘 알아.


31. 하지만 지민은 태형의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32. 그의 마음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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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청게 클리셰 2

12. 태형이 친구인 척 한지는 꽤 오래 됐다. 정확한 시기는 태형 본인도 모른다. 그냥 아, 내가 지민이를 친구로 보지 않았었구나 깨달았을땐 이미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게 앓고 있었다.


13. 그때가 중2때 즈음이었으니까 대충 그때부터 친구인 척 했다고 해두자.


14. 사실 김태형은 처음부터 날라리는 아니었다. 지민을 바라보았던 자신의 눈이 친구로서의 눈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하필 그 때 자신은 중2였고, 누구나 한번쯤 겪는다는 사춘기의 문턱을 막 넘을 때였으며,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정체성의 고민이라는 것이 덮쳐와 김태형은 순식간에 중2병 절정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아직까지 내려오지 않고 있다.


15. 사실 아직까지 혼란스럽다. 정말 자신이 지민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주위에 지민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착각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제 마음을 확실히 해야지 이 중2병이 고쳐질 것 같다.


16. 사실 중2병이라는 말도 안되는 것 뒤로 숨는거다. 이 반항기를 없애면 오로지 나만이 남는데, 온전한 나를 내보이면 지민이 제 마음을 알아차릴까봐. 반항이라는 갑옷 안에 자신은 벌거숭이다. 제 진심까지 다 보이는 진짜 자신을 지민에게 보일 수는 없었다.


17. 지민은 갑자기 변해버린 태형이 진심으로 안타깝다. 중학교 때만 해도 애가 참 착하고 똑똑하고 순수한 아이였는데. 원래 그런 애 아니예요. 애는 착해요. 지민은 태형에 대해 안 좋은 말이 들릴때마다 그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다른 말은 다 믿으면서 이상하게 태형이에 대한 말은 안 믿는다.


18. 태형이가 첫인상이 좀 무섭게 보여서 그렇지 알고보면 진짜 순하고 착한 아이예요. 지민이 그런 말을 할때면 선생님이나 다른 애들이 진심으로 걱정한다. 지민아 혹시 태형이가 너를 괴롭히면 주저 말고 선생님께 말하렴. 지민아, 너 김태형한테 협박 당해?


19. 지민아 태형이랑 많이 붙어다니지마. 네가 그럴 애 아니란 건 알지만 네 공부에 지장이 생길까봐 염려돼서 그래, 선생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지민은 교무실에서 선생님께 그런 말 들을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20. 태형은 중학교 때 지독한 반항기를 겪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지만 태형은 지랄노도 정도. 지민은 태형이 왜 그렇게까지 변했는지 아직까지 이유를 모른다. 태형도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너 때문은 아니지만 너 때문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서도 그렇게 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버리면 지민이 엄청 큰 상처와 자책감을 가질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21. 지민은 태형의 옆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없으면 태형은 금방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22. 태형은 지민이 없으면 안되었다. 그게 우정 보다 더 깊은 무언가의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표현력이 구린 자신이 쥐 날 정도로 머리 굴려 결론을 내어보자면, 구원 정도.


23. 태형은 지민에게 구원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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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청게 클리셰

1. 박지민은 전교 1등이다. 이 아이는 의대를 가고도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생긴 것도 귀염귀염 하고 성격도 유순하여 그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다.


2. 김태형은 전교 꼴통이다. 쟤는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모두가 혀를 찼다. 하는 짓이 날라리가 따로 없어 웬만하면 사람들이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3. 박지민의 집은 잘 살았었다. 갑자기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점점 가난의 늪에 빠져들어갔다. 지민은 자신에게 들어가는 돈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부담을 덜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타는 것 밖에 없었다.


4. 김태형의 집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를 수가 없는 대기업의 자제다. 회장의 막내 손자로, 일명 금수저. 살면서 돈 걱정 한 적 한번 없고, 앞으로도 없을거다. 그 놈의 돈 냄새 맡고 제 앞을 설설 기는 새끼들이 많지만 태형은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5. 박지민은 사람이 많았다. 그 주위에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은 전부 지민을 귀여워 했으며, 모든지 열심히 하려는 그를 예쁘게 봤다. 지민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지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6. 김태형은 지나가면 꼭 한번쯤 뒤돌아 볼 외모를 지녔다. 신이 김태형한테 줄 모든 것을 외모로 다 주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그 때문인지 태형을 무서워 하면서도 고백해오는 여자는 많았다. 태형은 동네에서 굉장히 유명했다. 이런 말 존나 유치하긴 하지만 잘생긴 날라리로.


7. 박지민과 김태형은 거의 상극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둘은 정 반대였다. 흑과 백, 빛과 어둠, 해와 달, 북극과 남극, 여름과 겨울 같이.


8. 박지민과 김태형은 딱히 숨기지는 않았는데 대부분이 둘 사이를 잘 모른다.


9. 박지민과 김태형은 친구다. 그냥 친구도 아니고 불알친구.


10. 둘은 친구가 된지 올해로 13년째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제일 친한, 유일한 친구다.


11. 그리고 김태형은 친구인 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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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도령 썰

태형은 보고 있던 서책을 덮고 방문을 살짝 열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제 방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좋아. 태형은 방 안에서 몰래 신을 신고 조심스럽게 방을 나왔다. 이번에 들키면 영영 집 밖을 못나갈 수도 있었다. 그건 절대 안되는 일이었다. 태형은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도 내지 않고 천천히 방에서 제일 가까운 담벼락으로 향했다. 하인들이 잔뜩 깔린 대문으로는 당당히 나갈 수 없었다. 그나마 좀 구석진 곳에 있는 제 방에 감사했다. 제 방 근처에 있는 큰형님 방만 조심하면 되었다. 태형은 담벼락에 딱 붙어, 익숙하게 담 위에 올랐다.


도련님!


이크, 들켰다. 태형은 재빨리 뛰어내려 후다닥 도망갔다. 복건이 계속 벗겨지려 해 한 손으로 꾹 잡았다. 아이고, 도련님!! 멀리서 개똥이의 절규어린 목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모른척 했다. 미안하다 개똥아, 근데 나 오늘은 꼭 만나야해.


어느정도 도망치고 나서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후우. 턱끝까지 차올랐던 숨을 몰아쉰 태형은 삐뚤어진 복건을 바로 썼다. 담벼락 넘으면서 더러워진 옷도 탈탈 털어냈다. 이렇게까지 해서 꼭 밖에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매주 수요일, 커다란 호수 옆에 있는 버드나무에서 만날 사람이 있었다. 그건 태형과 그 둘만의 약조였다. 매주 수요일, 여기서 미시에 만나도록 하지요. 그의 맑고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멍하니 고개만 끄떡였었지. 그 이후로 매주 그 시간만 되면 태형은 그곳에 가기 바빴다. 만나서 딱히 하는 것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태형은 즐거웠다. 그저 옆에 그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찌나 재밌는지, 태형은 그를 만나기 전에 자신이 어떻게 놀았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이 버드나무 아래서 그를 처음 만났던 그 날만 기억이 날 뿐이다. 마치 방금 일어났던 것 처럼,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이 너무도 선명히 기억났다.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께가 답답해 태형은 가슴께를 꾹꾹 눌렀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느낀 감정은 생전 느껴본 적 없는 생경한 감정이라, 태형은 아직도 그 감정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마치 병이 난 것 처럼 가슴께가 뻐근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였다. 누군가에게 말했다가 정말 병이라고 할까봐 무서워서 말하지도 않았다. 가장 아끼는 제 형님들한테까지도.


저 멀리서 그가 총총총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걸음은 그 답게 사뿐사뿐 거리면서도 통통통 튀어서 멀리서도 그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걸음따라 복건이 하늘하늘 날렸다. 태형은 그가 오는 모습을 보며 푸스스 웃다, 갑자기 든 생각에 후다닥 그가 오고 있는 반대 방향으로 숨었다. 버드나무가 워낙 굵고 크니 태형의 몸뚱아리가 쏙 가렸다. 잠시후 그가 가까이 다가온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에 뛰어왔는지 작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도 들렸다. 어, 여기서 본 것 같았는데... 여전히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태형은 억지로 웃음을 삼키며 살짝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바로 앞에 그가 등을 돌린채 서 있었다. 태형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의 양 어깨를 탁 잡았다.


어흥!

아 깜짝이야! 아, 진짜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흐흐흫. 놀라는 표정 보기 좋네.

놀리지 마시오.


짐짓 엄한 표정을 짓는 그에 태형은 웃음기를 머금은채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앗, 복건 흐트러집니다. 그가 황급히 머리를 눌러 복건을 고정시켰다. 매번 만날때마다 이러니 항상 제 복장이 흐트러지지 않습니까. 짐짓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그 쪼그만 입술까지 쭉 내밀고 투덜대는 모습에 태형은 그의 입술을 살짝 잡았다. 으브븝! 그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태형의 손을 아프지 않게 찰싹찰싹 때렸다. 앞으로 제 앞에서 부리처럼 그리 입술 내밀면 또 잡을것이오. 태형의 말에 또 버릇처럼 입술을 쭉 내밀다가 헙 하고 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땡그래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가 퍽 귀여워 태형은 결국 또 푸스스 웃고 말았다. 그는 태형의 웃는 모습을 보고 따라 웃었다. 그의 동그란 눈은 웃을때마다 눈두덩이에 가려 사라졌다. 살짝 휘어진 실눈은 태형을 더욱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는 항상 그랬다. 왜 웃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태형이 웃으면 따라 웃었다.


아, 맞아. 오늘 김도령에게 주려고 맛난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예? 무어요?

아버님이 물 건너 온 엿라고 하셨는데 도령과 나눠 먹으려고 일부러 안먹었습니다.


그는 손목에 걸려있던 작은 주머니를 꺼내 입구를 열었다. 주머니 안에는 알록달록한 엿이 들어 있었다. 신기하지요? 이것을 입 안에 넣고 녹히면서 먹는거랍디다. 그는 빨간 것을 입 안에 넣고 도록도록 굴려 먹기 시작했다. 오! 굉장히 답니다, 도령도 얼른 먹어보시오. 그는 주머니 안에 하나 더 꺼내 태형의 입가에 갖다대었다. 태형은 눈치보다 살짝 혀를 대보았다. 오! 태형은 맛을 느끼자마자 바로 입 안에 넣었다. 굴릴때마다 단물이 나왔다. 입 안에 굳은 엿을 넣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오?


태형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돌려 태형을 바라봤다. 태형은 이미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올곧은 그의 눈빛에 결국 고개를 돌린 것은 그였다. 태형도 그를 향하던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언제쯤 이름을 가르쳐 줄 수 있겠소? 태형의 물음에 그는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작은 행동을, 태형은 미처 보지 못했다.


도령은 제 아명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제 아명조차 남에게 알려준 적 없습니다.

그건 기분이 좀 좋구려.

이렇게 밖에 나온 것도, 남과 이렇게 말을 섞는 것도, 제 또래랑 노는 것도. 모든 것이 도령이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태형은 자리에서 우뚝 멈추고 말았다. 태형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자, 그도 자리에서 멈추고 뒤돌아 태형을 봤다. 점점 해가 저물고 있었다. 붉으면서도 보라빛이 섞인 오묘한 하늘은 그들을 밝게, 그리고 또 어둡게 비추었다. 갑자기 그를 처음 만났을때처럼 가슴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가끔 이런 적은 있어도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는데. 태형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느낌에 가슴팍을 부여잡았다. 옷이 구겨지는 것은 생각도 않았다. 이렇게라도 해야 제 가슴이 괜찮아질 것 같았다. 태형의 행동에 그가 천천히 태형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그가 가슴팍을 부여잡고 있는 태형의 손을 잡았다. 어디 아프십니까? 그의 손이 닿은 제 손등의 화끈거렸다. 아무리 그의 체온이 높다한들, 이렇게 뜨거울 수있을까. 이건 필시 제 어딘가 안좋다는 뜻이다. 태형은 재빨리 그의 손을 가볍게 쳐내었다. 괘, 괜찮소. 태형은 시선을 살짝 비껴 그의 눈을 피했다. 그는 허리까지 숙이면서 저와 눈을 끈질기게 마주치려 했다. 얼굴이 붉습니다. 그의 나직한 말에 태형은 그제서야 제 얼굴에 열이 확 올라감을 느끼곤 팔로 제 얼굴을 가렸다. 얼굴이 후끈후끈해졌다. 위험하다. 이러다 열병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오,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소. 몸이 안좋아서...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먼저 가보시지요.

도령, 다음 이 시각에 또 만나는 거지요?


태형의 물음에 그는 살풋 웃으며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의 웃음에 태형 역시 살풋 웃음이 나왔다. 다음에 보오. 태형은 뒤돌아 멀지 않아 보이는 제 집을 향해 걸었다. 해는 다 저물고 달빛이 길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둥근달이다. 오늘이 보름이었나. 시덥잖은 생각이 늘어가고 있을때, 갑자기 제 손목을 잡아 당기는 힘에 화들짝 놀라며 뒤돌아 보았다. 아 깜짝이야! 바로 앞에 보이는 얼굴에 태형은 흠칫 놀라 소리 지르고 말았다. 쉬이. 그가 제 입가에 검지를 갖다대보였다. 태형은 자신도 모르게 다른 한쪽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를 반복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나. 태형은 무슨 말이 나올까 그를 바라봤다.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오. 속삭이듯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태형은 분명 그의 말을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태형의 두 눈이 커졌다. 그는 무언가 큰 다짐을 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태형의 손목을 잡아당겨 태형을 더 가까이 끈 후, 발을 살짝 들어 귓가에 스치듯 속삭였다. 말하자마자 미련 없이 뒤돌아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만 보면서 태형은 다시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내 이름은 지민. 꼭 기억해주시오.


태형은 확신했다. 나는 지금 말도 안되는 병에 걸린게 분명하다고. 안그러면 이렇게 가슴께가 먹먹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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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체 쓰기 힘드네.
존대와 예사높임이 왔다갔다 하는 이유
딱 그만큼 가까우면서도 아직은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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